[단독] "바로 이런 범죄가 끔찍한 문제"라던 재판부, 오히려 형량 깎아주며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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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로 이런 범죄가 끔찍한 문제"라던 재판부, 오히려 형량 깎아주며 '모순'

2020. 09. 10 15:54 작성2020. 09. 10 16:03 수정
조하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on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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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실과 화장실, 지하철 등에서 118번 불법 촬영한 남성

"이런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끔찍한 결과를 낳고 있다" 지적했지만

1심의 징역 1년 6개월→1년 4개월로 깎아준 2심 재판부

여성들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재판부는 그를 강하게 꾸짖었지만, 형량은 오히려 깎아줬다. /서울서부지법 홈페이지

자신이 일하던 헬스장 여자 탈의실과 화장실 등에 녹화 기능을 켠 스마트폰을 두고 나오는 방법으로 넉 달간 118번의 불법촬영을 한 남성 A씨.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며 A씨에게 강한 어조로 훈계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바로 이런 범행으로 인한 확대 피해가 끔찍한 결과를 낳고 있음을 모두 목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결코 가볍게 처벌할 수 없다."


이런 범죄가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일반적인 판결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소 격앙된 표현이었다. 'n번방' 사건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성착취 범죄가 논란이 된 이후 재판부의 변화된 시선을 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형량은 그렇지 않았다. 1심 법원에서 내린 형량(징역 1년 6개월)보다 오히려 낮았다. 말과 행동이 다른 2심 판결. 다른 감형 사유가 있던 걸까.


"피해자들이 입게 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강하게 꾸짖은 2심 재판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범죄를 시작했다. 여성 탈의실과 화장실이 범행 장소였다. 그곳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녹화 기능을 켜둔 채 놓아두는 방식으로 여성들을 불법촬영했다.


범행은 용의주도했다. 따로 조명까지 만들어 화면 밝기를 조절하면서, 적발되지 않게 손을 썼다.


이런 A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신상 공개는 면했다. 하지만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렇게 열린 2심 재판. 지난 7월 서울서부지법 항소부에서 열렸다. 재판장을 맡은 황순교 부장판사는 "범행 수법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피해자들이 입게 될 수치심과 분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까지했다. 그러면서 "이런 범죄가 우리 사회에 끔찍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형량은 이런 강한 어조의 꾸짖음과 상반됐다. 1심에서 나온 징역 1년 6개월에서 2개월을 감형해 1년 4개월로 정한 것이다.


'꾸짖음'과 꾸짖음의 '결과'는 달랐던 이유

황 부장판사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이번 사건 1⋅2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변동 사항은 한 가지였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변경한 것. 하지만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다. 1심에서는 여성 탈의실에서 10회⋅여성 화장실에서 7회 불법촬영했다고 적었다가, 2심에서는 여성 탈의실에서 9회⋅여성 화장실에서 8회 촬영했다고 적었다. 영상이 찍힌 장소를 한 곳 정도 혼동해서 생긴 문제로 추정된다.


그 외 나머지 사실은 모두 같았다.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피해자와의 합의'나 '진지한 반성' 등의 사유도 모두 동일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판결의 이유는 1심 판결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2심 재판부가 강하게 꾸짖었던 그 문장이 1심 판결문에도 거의 그대로 적혀 있었다. "결코 가볍게 처벌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쓴 1심 판결문의 문장을, 2심에서 "등에 비추어 가볍게 처벌할 수 없다"로 바꾸어 그대로 썼다.


결과적으로 2심은 1심 판결문의 양형 사유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형량만 조금 낮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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