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스토킹에 CCTV 달았더니 불법이래요”…내 증거가 내 발목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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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스토킹에 CCTV 달았더니 불법이래요”…내 증거가 내 발목 잡을까

2026. 01. 16 12:4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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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정당방위 인정 가능성 높아…처벌 위험 낮지만 절차 보완은 필요”

스토킹 증거 수집을 위해 집 앞에 CCTV를 설치한 피해자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AI 생성 이미지

스토킹 증거용 CCTV,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옆집이 오랜 기간 스토킹을 해서 참다 참다 고소 증거용으로 집 앞에 CCTV를 달았어요.”

스토킹 피해자가 범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CCTV가 되레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됐다.


“죽고 싶을 만큼 무서운데”…관리사무소는 “고소 취하하라”


A씨의 하루는 공포 그 자체였다. 오랜 기간 이어진 옆집의 스토킹 행위는 A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경찰 고소를 결심하고 증거 수집에 나섰다. 마지막 수단은 집 앞 복도에 설치한 CCTV였다.


혹시 모를 사생활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카메라는 옆집 문이 아닌 복도 바닥만 비추도록 했다. 얼굴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는 옆집 주민이 A씨의 집을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경찰 역시 확보된 영상을 보고 “사안이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라인 전체의 동의와 관리사무소 허가 없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심지어 관리사무소 측은 “고소를 취하하는 게 어떻겠냐”며 A씨를 압박했다.


스토킹 공포를 호소할 땐 외면하더니, 이제 와 모든 잘못을 A씨에게 돌리는 듯한 태도였다. A씨는 스토킹 범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오히려 자신을 처벌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를 지키려 한 행동’ vs ‘남을 감시한 불법’…법의 저울은 어디로?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의 CCTV 설치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아파트 복도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면서도 한 방향을 가리킨다. 법무법인 선의 김우중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맞다”며 “해당 CCTV를 자료로 제출하는 경우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수훈의 이진규 변호사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씨는 스토킹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CCTV를 설치했고,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복도 바닥만 촬영하는 등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했다”며 A씨의 행위가 위법성 조각 사유(법을 위반했지만 처벌하지 않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법무법인 엘에프(LF)의 박성민 변호사도 비슷한 취지로 조언했다. 그는 “상대방이 문제를 삼을 경우 신변보호를 위한 조치였음을 밝히고 선처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신변 위협으로 인한 정당한 방어 목적으로 설치되었음을 입증하면 선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거는 이미 경찰 손에”…위법하게 모은 증거, 효력 있을까?


그렇다면 절차를 일부 위반하며 수집된 CCTV 영상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증거 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법원은 증거 수집 과정의 위법성보다 그 증거를 통해 밝히려는 범죄의 중대성과 사회적 이익을 더 크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이미 확보된 영상은 범죄 증거로서 가치가 있으며, 경찰도 그 심각성을 인정한 상태이므로 수사 자료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은 관리규약 위반일 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물론 스토킹 가해자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A씨를 맞고소할 위험은 존재한다. 하지만 범죄 예방이라는 정당한 목적,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관리사무소의 방치 속에 스스로를 지켜야 했던 긴급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스토킹 피해자의 ‘최후의 보루’, 어떻게 지켜야 하나


전문가들은 A씨가 과도한 불안에 떨기보다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CCTV 안내판을 설치하고 관리사무소에 스토킹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사후 승인을 요청하는 등 절차적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좋다.


동시에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스토킹 고소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긴급응급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접근금지 등)를 신청해 신변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A씨의 CCTV는 법의 테두리를 살짝 벗어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범죄 피해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택한 최후의 보루였다. 결국 법의 심판대 위에서는 CCTV 설치라는 ‘행위’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가 더 무겁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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