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성적 허위사실 유포…'사칭 계정'의 공포
내 이름으로 성적 허위사실 유포…'사칭 계정'의 공포
경찰은 '모욕죄'라는데…변호사들 '스토킹·명예훼손' 가능

인스타그램에서 A씨의 신상과 계정이 도용되어, 성적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어느 날 새벽, 내 이름과 얼굴을 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나타나 지인들에게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를 호소하지만 경찰은 단순 모욕죄로만 본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 모욕을 넘어선 명백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자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초기 대응과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사칭 범죄의 처벌 수위와 대응법을 짚어본다.
"내 이름으로 성적 허위사실이…" 지옥의 시작
어느 날 새벽, 평온했던 일상이 악몽으로 변했다. 2026년 6월 7일 새벽 3시, A씨는 자신의 실명과 신상을 도용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만들어져 조직적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짜 계정은 A씨의 인스타그램 친구들을 대거 팔로우하며 마치 A씨인 것처럼 행세했다. 더 끔찍한 것은 해당 계정 스토리를 통해 쉴 새 없이 A씨에 대한 성적인 허위 사실과 모욕적인 언사가 게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A씨는 "피고소인이 게시한 내용은 저에 대한 명백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이며, 저를 아는 지인들에게 이를 유포함으로써 저의 사회적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범행을 입증하기 위해 해당 계정의 프로필, 게시물, 스토리 등을 실시간으로 캡처하며 증거를 모으고 있다.
경찰은 '모욕죄'라는데…더 큰 범죄 아닌가요?
A씨는 증거를 들고 경찰서를 찾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기대와 달랐다. 경찰은 우선 모욕죄로만 사건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성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사칭으로 일상이 파괴된 A씨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말 이 끔찍한 범죄가 '모욕' 수준에 그치는 걸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클로저 법률사무소 이태준 변호사는 "경찰이 우선 모욕죄로 접수했다고 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다른 범죄가 추가로 검토되거나 적용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무상 경찰이 가장 명확한 혐의로 접수한 뒤 수사 과정에서 죄명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들 "명백한 스토킹·명예훼손"…'사칭'이 핵심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단순 모욕을 넘어선 중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구체적인 허위 사실'과 '반복적인 사칭 행위'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성적인 허위 사실을 게시하여 지인들에게 유포한 행위는 질문자님의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법무법인 베테랑의 백세훈 변호사는 이 사건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방등의 이름, 명칭, 사진, 영상 또는 신분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이 상대방등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 역시 스토킹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스토킹으로 추가 고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스토킹처벌법은 2023년 7월 개정을 통해 온라인 사칭 행위를 스토킹의 한 종류로 명시했다.
반면 A씨가 언급한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이태준 변호사는 "주로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메시지나 음란한 내용을 전송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 사안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스토리에 게시한 것은 피해자에게 '직접 도달'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증거 수집과 '의견서 제출'이 처벌의 관건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철저한 증거 확보'와 '적극적인 법리 주장'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한강의 김전수 변호사는 "스토리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으므로, 캡처뿐 아니라 게시 시간, 계정 정보, 팔로워 현황, 지인들이 전달받은 내용 등을 최대한 확보해 두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칭 계정의 생성 시점과 반복적인 게시 정황은 스토킹 범죄의 '지속성'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된다.
또한 경찰의 초기 판단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수사관에게 다른 죄명이 적용될 수 있음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백세훈 변호사는 "수사관에게 스토킹 역시 적용될 수 있는 사안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의견서 제출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A씨가 겪고 있는 피해가 단순 모욕이 아닌, 명예훼손과 스토킹에 해당하는 이유를 법리에 맞게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지름길이라는 의미다.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에 숨어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는 사칭 범죄. 경찰의 초기 판단이 소극적이더라도, 피해자가 어떤 증거를 가지고 어떻게 주장하느냐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