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이 멈추기 전에'…희귀병 투병, 빚더미 속 딸의 사투
'엄마의 시간이 멈추기 전에'…희귀병 투병, 빚더미 속 딸의 사투
6월 전세만기 코앞, 재산 처분 막힌 20대 딸의 막막한 질문

희귀병으로 쓰러진 어머니의 전세 만기가 임박했지만, 의사결정 불능으로 집을 팔 수 없는 29세 딸이 이중고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빨리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희귀병으로 쓰러진 어머니의 빚과 코앞으로 다가온 전세 만기.
이중고에 갇힌 29세 딸의 절박한 물음에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임시후견인'이라는 패스트트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일반 성년후견 절차로는 수개월이 걸려, 시급한 재산 처분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벼랑 끝에 선 가족, "언제 와상이 될지 모르는 상황"
스물아홉 A씨에게 닥친 현실은 가혹했다. 어머니(68)가 '인간 광우병'으로도 불리는 희귀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양성 판정을 받으며 모든 것이 멈춰 섰다.
A씨는 “아직 대화도 하지만 정말 짧은 정도의 대화만 가능하며, 이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언제 와상이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라고 토로했다.
병세가 빠르게 악화돼 인지 능력이 시시각각 스러지는 어머니를 대신해 법률행위를 해야 하지만, 시간은 A씨의 편이 아니다. 어머니 명의 아파트의 전세 만기가 6월 말로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막대한 빚을 해결하려면 집을 팔아 전세금을 내주고 빚도 갚아야 하지만, 정작 집주인인 어머니는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신용불량자이고 A씨는 무직 상태이며, 유일한 형제인 언니마저 A씨가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해 주길 바라는 상황이다.
“결정까지 3~6개월”… 성년후견만으론 역부족인 이유
어머니를 대신해 집을 팔려면 법원의 결정이 필요하다. 질병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는 '성년후견' 제도가 그 시작이다.
변호사들은 A씨 어머니의 상태라면 성년후견 개시 요건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성년후견 절차에 대해 “통상 신청부터 결정까지 3개월~6개월 정도 소요됩니다”라고 설명했다. 6월 말까지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A씨에게는 너무나 먼 시간이다.
더 큰 장벽도 있다. 어렵게 후견인으로 지정되더라도 즉시 집을 팔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파트를 매각하려면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법원에 피성년후견인 소유 부동산 처분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라고 명확히 짚었다.
일반적인 절차만 밟다가는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더 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만장일치 해법, ‘임시후견인’이라는 패스트트랙
다행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모든 법률 전문가가 하나같이 '임시후견인 선임'을 함께 청구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정식 후견 결정이 나기 전, 긴급한 사무 처리가 필요할 때 법원이 임시로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법무법인 선린 류종민 변호사는 “지금처럼 전세계약 종료가 임박한 경우에는, 후견 결정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임시후견인' 또는 '처분허가'를 함께 신청해 긴급 대응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정식 결정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아파트 매각과 전세금 반환에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 역시 “긴급성을 고려해 성년후견개시와 동시에 임시후견인 선임, 부동산 처분 및 전세보증금 반환 허가를 함께 신청하시길 권합니다”라며 임시후견 제도가 신속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결국 A씨가 한 달여 남은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는 '임시후견인' 제도인 셈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이제 A씨에게 남은 것은 신속한 서류 준비와 법원 신청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어머니의 정신적 제약을 증명할 진단서 및 의무기록 ▲어머니와 신청인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매각할 아파트의 등기부등본과 부채증명서 등 재산 목록 ▲언니의 동의서(인감증명서 첨부) 등을 준비해 어머니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 심판과 임시후견인 선임 심판을 동시에 청구해야 한다.
비용은 인지대와 송달료 등 수십만 원의 기본 비용에,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신감정을 진행할 경우 감정료가 추가될 수 있다.
"빨리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망연자실했던 A씨. 법률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병원을 찾아 후견용 진단서를 발급받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