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빚 2000만원 개인회생에 넣었더니…돌아온 건 ‘사기’ 고소장
친구 빚 2000만원 개인회생에 넣었더니…돌아온 건 ‘사기’ 고소장
"천천히 갚으라" 편지까지 써줬는데…경찰 조사 앞둔 A씨, 처벌 피할 수 있을까

A씨가 친구에게서 2천만 원을 빌린 후 개인 회생을 신청해,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친구에게 빌린 돈 약 2000만 원. 도저히 갚을 길이 보이지 않자 A씨는 법적 절차를 통해 책임지기로 마음먹고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친구의 채권도 빠짐없이 포함했다.
그런데 얼마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돈을 빌려준 친구가 A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장 며칠 뒤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성실히 빚을 갚으려 했는데 사기꾼으로 몰린 A씨.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힘들 때 옆에 있어 다행”이라던 친구, 왜 돌변했나
A씨는 약 1년에 걸쳐 친구 B씨에게 수십 차례 돈을 빌렸다. 대출금 상환과 핸드폰 미납 요금 때문이었고, 합계 금액은 약 2000만 원에 달했다. B씨도 A씨의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A씨는 중간에 돈을 한 번도 갚지 못했고, 결국 감당이 되지 않아 개인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친구 B씨의 채권도 개인 채권자로 포함해 법원에 신고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인가 결정까지 내렸다.
문제는 그 후에 터졌다. 친구 B씨가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심지어 B씨는 A씨에게 “힘들 때 내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내용의 편지까지 써 주며 A씨를 위로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개인회생 신청, 사기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A씨가 사기죄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특히 친구의 빚을 회피하지 않고 개인회생 절차에 포함시킨 점을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으로 꼽았다.
법무법인(유한)랜드마크 오승협 변호사는 “개인회생 채권자 목록에 해당 친구의 채권을 정상적으로 포함하고 법원에서 ‘인가 결정’까지 받았다는 것은, 처음부터 돈을 떼먹으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를 통해 성실히 갚아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 역시 “개인회생 채권자 목록에 친구를 포함시킨 점은 ‘채무를 은닉하거나 도피하려 하지 않고, 법적 절차를 통해 일부라도 변제하려 노력했다’는 강력한 방어 논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사기죄는 단순히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돈을 빌릴 당시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상대를 속였다는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 개인회생 신청은 바로 이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 된다는 것이다.
친구가 써준 편지도 증거 될까?…“기망 없었다는 방어 논리”
친구 B씨가 A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았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변호사들은 B씨가 써 준 편지와 “천천히 갚아도 된다”고 했던 말이 ‘기망’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해든 이재희 변호사는 “친구가 작성한 편지의 문구는, 친구가 질문자의 심각한 채무 상태와 경제적 곤궁을 이미 인지하고 동정이나 호의로 돈을 빌려주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정황”이라며 “상대방이 내 경제적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빌려줬다면, 법적으로 ‘기망(속임수)’이 성립하지 않아 사기죄가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A씨는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변제의사를 밝혔던 카톡이나 문자 내역이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휴대전화가 없어졌더라도 계좌거래내역, 대출·통신요금 자료, 당시 소득과 지출, 편지, 차용금의 실제 사용처를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 조사 코앞인데…‘고소장’부터 확인해야
변호사들은 경찰 조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고소장 내용 확인’을 꼽았다. 어떤 행위를 사기라고 주장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유환선 변호사는 “고소장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석에 응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조사 일정은 조율이 가능하므로 연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수십 차례 총 2천만원을 빌리고 중간 변제가 전혀 없었다는 점은 수사기관이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개인회생했으니 사기가 아니다’라고만 대응해서는 부족하다”며 “조사에서는 기억나지 않는 약속을 추측해서 인정하지 말고, 차용 당시 소득·채무상태, 돈을 빌린 이유와 변제계획을 시기별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