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된 성범죄 전과인데 '성범죄조회동의서' 요구... 임용 취소 위기 탈출구는?
실효된 성범죄 전과인데 '성범죄조회동의서' 요구... 임용 취소 위기 탈출구는?
형은 실효됐지만
성범죄 기록은 '조회 가능' 통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학 산학협력단 임용을 앞두고 7년 전 '몰카' 범죄로 받은 벌금형이 발목을 잡았다.
형은 이미 법적으로 효력을 잃었지만, 성범죄 경력조회 동의서 한 장에 그의 과거가 낱낱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 것. 법률 전문가들은 기록 조회는 피할 수 없지만, 애초에 해당 기관이 경력을 조회할 '권한'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형은 사라졌다는데…" 7년 전 과거에 발목 잡힌 사연
대학 산학협력단 발령을 코앞에 둔 A씨는 '성범죄 전력조회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에게는 7년 전인 2017년,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취업제한명령 같은 별도 조치 없이 40시간의 수강명령만 내렸다. 이미 7년이 지나 법적으로 형은 실효(효력이 사라짐)된 상태.
하지만 산학협력단의 임용 제한 조항에는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은 자'라는 문구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A씨는 "지금 시간이 많이 흘러서 형도 실효되었을것 같은데, 혹시 성범죄 전력조회에 동의하게 되면 대학 산학협력단 쪽에서 과거에 성범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 있을까요?"라며 깊은 시름에 빠졌다.
성범죄 기록은 '주홍글씨'…형 실효와 무관하게 조회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 범죄와 달리 성범죄 경력은 형이 실효되더라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별도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김범석 변호사(법무법인 게이트)는 "성범죄의 경우, 일반 형사범죄와는 달리 형이 실효되었다고 해서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따라서 형이 실효되었다 하더라도 성범죄 경력조회 시 기록은 조회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A씨가 동의서에 서명하는 순간, 그의 과거는 산학협력단에 통보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법상 성범죄 경력조회는 형의 실효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 전력을 모두 조회하도록 운영된다.
반전의 열쇠, 기관의 '조회 권한'부터 따져라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반전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과거 전력 노출 여부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로 대학 산학협력단이 성범죄 경력을 조회할 법적 권한이 있는 기관인지 여부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이 아닌 곳에서 성범죄 경력조회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 실제 법제처는 과거 유권해석에서 의료기관 개설 신고 시, 해당 기관이 성범죄 경력조회를 요청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A씨의 사례 역시 산학협력단이 법에서 정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명확히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권한' 다툼과 '규정' 설득, 이중의 벽 넘어야
결론적으로 A씨는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첫째, 산학협력단의 경력조회 요구가 법적 근거를 갖춘 정당한 권한 행사인지 법리적으로 다투는 것이다.
둘째, 만약 조회가 합법적이라면 기관의 내부 규정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취업제한명령을 받지 않았고 이미 형도 실효되었다는 점을 들어 '법적 결격사유는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다만 김범석 변호사는 "그렇다면 해당 기록은 임용 제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산학협력단 측의 임용 제한 조항에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은 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기관의 내부 규정에 따라 임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적 권한 다툼과 내부 규정 설득이라는 '이중의 벽' 앞에 선 A씨의 신중한 법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