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 찔러 실명 됐는데... 고작 "징역 5년" 밖에 못 내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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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눈 찔러 실명 됐는데... 고작 "징역 5년" 밖에 못 내린 이유

2025. 12. 08 13:4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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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심 파기하고 징역 5년 선고

"피해 회복 불가능한 중상해, 죄질 극히 불량"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범한 저녁 술자리가 한순간에 비극으로 바뀌었다. 술에 취한 손님을 말리던 60대 여성은 깨진 소주병에 맞아 한쪽 눈을 영원히 잃었다. 가해자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형량은 '징역 5년'에 그쳤다.


피해자는 영구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가해자는 고작 5년 뒤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국민의 법 감정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도대체 법원은 왜 이런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 내막을 판결문을 통해 들여다봤다.


"술값 내고 가라" 한마디에... 깨진 소주병 휘두른 만취객

사건은 지난 2025년 3월 27일 밤 10시 30분경, 인천 서구의 한 주점(D주점)에서 벌어졌다.


이곳을 찾은 손님 A씨는 혼자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었다. 잠에서 깬 A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욕설을 내뱉자, 주점 주인인 피해자 B씨(57세·여)는 "이제 술값 계산하고 그만 집에 가시라"고 점잖게 타일렀다.


이 한마디가 화근이었다. 격분한 A씨는 "X발년아"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B씨에게 다가갔다. 그는 주먹으로 B씨의 얼굴을 때리고 목을 밀친 뒤, 테이블 위에 있던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이성은 이미 마비된 상태였다. A씨는 소주병으로 B씨의 뒷머리를 무려 7차례나 가격했다.


싸움 말리던 친구, 왼쪽 눈 영구 실명... 끔찍했던 그날 밤

가게 안에는 B씨의 지인인 E씨(62세·여)와 F씨(63세·여)도 함께 있었다. 친구가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본 E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E씨는 A씨를 막아서며 제지하려 했다.


그러자 A씨의 공격 대상은 E씨로 바뀌었다. A씨는 손에 들고 있던, 이미 깨져버린 날카로운 소주병으로 E씨의 왼쪽 눈 부위를 강하게 내리찍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E씨는 안구 파열로 인한 '좌안 실명' 진단을 받았다. 다시는 앞을 볼 수 없는 회복 불가능한 상해였다. A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옆에 있던 F씨에게도 소주병을 휘두르며 위협했다. 평온했던 술자리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1심 "징역 4년" → 2심 "너무 가볍다, 5년"... 늘어난 형량의 비밀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중상해, 특수상해, 특수폭행 등이었다.


1심 재판부(인천지방법원 2025고합509)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하지만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2025노426)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피해자가 영구적으로 실명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한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든 대가가 고작 징역 5년일까?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은 왜 선고되지 않았을까?


판사를 옥죄는 '양형기준'의 딜레마

법원이 A씨에게 '고작' 5년을 선고한 배경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A씨에게 적용된 가장 무거운 죄인 '특수중상해죄'의 법정형은 징역 2년 이상 20년 이하다. 법적으로는 2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판사들이 실제 형량을 정할 때는 양형기준을 따라야 한다.


양형기준에 따르면 특수중상해의 기본 권고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 ~ 3년 6개월'이다. 죄질이 나쁜 경우 적용되는 가중 영역이라 해도 '징역 2년 6개월 ~ 5년 6개월'에 불과하다.


여기에 다른 범죄(특수상해, 특수폭행)가 합쳐져 형량이 늘어난다 해도, 양형기준상 권고되는 최종 형량 범위는 징역 1년 6개월에서 최대 5년 1개월 정도였다.


결국 2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5년은 판사가 내릴 수 있는 권고형의 사실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법원으로서는 나름대로 엄벌을 내린 셈이다.


"술 먹고 기억 안 나"... 되풀이되는 주취 폭력의 관대함?

A씨는 과거에도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른 전력이 다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물론 법원은 A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인정해 형을 깎아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획적인 범죄'가 아닌, 술김에 벌어진 '우발적 범죄'라는 점은 양형기준 안에서 형량을 정할 때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다.


피해자 E씨는 친구를 돕으려다 한쪽 눈을 잃었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게 됐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도 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형기준'이라는 틀 안에서 가해자는 5년 뒤면 사회로 복귀한다. 피해자의 영원한 고통과 가해자의 5년 징역.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한, 사법부를 향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인천지방법원 2025고합509 판결문 (2025. 7. 17.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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