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좀 하자”고 문 잡았는데…동료 교사, ‘감금죄’로 고소하겠다며 정신과 진단서 제출
“대화 좀 하자”고 문 잡았는데…동료 교사, ‘감금죄’로 고소하겠다며 정신과 진단서 제출
신체 접촉 없이 3초간 문 막았을 뿐인데, 상대는 병가 내고 녹취록까지 확보해 사과 요구…처벌 가능할까

동료 교사와의 대화를 위해 3초간 문을 잡은 교사가 감금죄 고소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동료 교사와의 갈등을 대화로 풀려던 A씨는 오히려 감금죄 피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감정적으로 대화를 끊고 나가려는 동료 B씨를 막기 위해 문을 잠시 잡았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A씨의 행동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3일간 병가를 내고 정신과 진단서까지 받았다. A씨가 문을 막았다고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녹음했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신체 접촉도, 폭언도 없었고 상대는 3초 만에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갔다. 과연 A씨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
제 말 좀 들어달라며 문 잡았더니…돌아온 건 '고소 예고'
동료 교사 A씨는 최근 동료 B씨와 갈등을 겪었다. B씨는 A씨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을 감정적으로 쏟아낸 뒤, A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화를 일방적으로 끊고 나가려 했다.
이에 A씨는 대화를 이어가고자 두 손가락으로 문을 살짝 닫으며 “제 말씀을 좀 들어봐 달라”고 말했다. B씨의 신체에는 어떤 접촉도 없었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B씨는 “어머어머” 소리를 지르며 A씨를 하찮게 취급하더니, 약 3초 만에 스스로 문을 열고 연구실을 나갔다. 잠시 후 B씨는 녹음기를 켠 채 다시 들어와 “왜 문을 막았냐”고 물었고, A씨가 “선생님 말씀만 하고 나가려고 하시니 그랬다”고 답하는 내용을 녹음했다.
이후 B씨는 교감교사를 통해 A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3일짜리 병가와 정신과 진단서, A씨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근거로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것이었다.
'3초 문 잡기', 감금죄 될까?…변호사들 “성립 가능성 낮아”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감금죄나 폭행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감금죄는 사람의 이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적 계속’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는 “상대방이 불과 몇 초 만에 자발적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면, 이동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제한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서평 일산분사무소의 장진훈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간 것으로 보이므로 신체 접촉도 없었고 출입이 실질적으로 차단된 상태도 아니었다면 감금죄가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봤다.
신체 접촉이 없었기에 폭행죄 성립도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두 손가락으로 문을 잠시 조절한 행위와 대화 요청 발언은 대화 시도 목적일 뿐 퇴거를 통제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문 막았다' 녹취와 정신과 진단서, 불리하게 작용할까?
A씨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B씨가 확보한 녹취록과 진단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증거들만으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녹취록에 대해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문을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은 전체 대화의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였는지가 중요하다”며 “해당 녹취 일부만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신과 진단서 역시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쉴드 장기훈 변호사는 “진단서는 주관적 호소가 반영될 수 있어 단독으로 범죄 성립을 곧바로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변호사들은 섣부른 사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성급하게 사실관계를 인정하거나 불리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형사처벌 피해도 '징계' 가능성…초기 대응 중요
만약 B씨가 실제로 고소하면 A씨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다른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교원 신분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교사이므로 감금죄 등으로 고소될 경우 기관에 통보되어 별도의 징계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도 “형사 고소가 접수되면 수사 결과와 별개로 관리자 보고, 사실확인, 징계 검토가 진행될 수 있다”며 “초기 진술에서 ‘대화를 요청하며 문을 잠시 조절했으나 퇴실을 제한할 의사는 없었고 실제 제한도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소울 정진권 변호사는 “만에 하나 벌금형이라도 확정되면 인사·징계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