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치근덕거려 얼굴 한 대 때렸는데… 그 남자가 7개월 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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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 치근덕거려 얼굴 한 대 때렸는데… 그 남자가 7개월 뒤 사망했다

2019. 09. 26 16:0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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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때릴 때 사망 예견 가능했다”며 폭행치사죄 적용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중 5명 ‘유죄’ 평결

한 남성이 손으로 얼굴을 강하게 가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남성이 죽음에 이르고, 때리는 사람이 그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폭행치사죄가 적용된다 /셔터스톡

시비 끝에 주먹으로 상대방 얼굴을 한 대 때려 7개월 뒤 사망에 이르게 한 남성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중 5명이 “주먹으로 얼굴을 강하게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다”며 폭행치사 유죄 의견을 냈다.


A(49·요리사)씨는 지난해 7월 아내와 함께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 놀러 갔다. A씨는 자기 아내가 모르는 남자인 B(53)씨와 어울려 춤추는 모습을 보고 B씨가 치근덕거린다고 생각해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사과를 거부했다. 화가 난 A씨는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한 대 때렸다. 뒤로 바닥에 넘어진 B씨는 경기를 일으키다가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B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머리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B씨는 이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옮겨져 요양하던 중 올 2월초 지주막하출혈과 치료과정에서 발병된 패혈증 등의 합병증으로 숨졌다. 이로써 A씨는 B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경 아내와 이혼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12형사부(재판장 민철기 부장판사)는 자기 아내와 어울려 춤을 춘 남성의 얼굴을 한 차례 때려 숨지게 한 A씨에게 폭행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폭행치사죄는 결과적 가중범”

“폭행치사죄는 이른바 ‘결과적 가중범’으로 △폭행과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 즉 과실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예견 가능성의 유무는 폭행의 정도와 피해자의 대응 상태 등 구체적 상황을 살펴서 엄격하게 가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결과적 가중범은 어떤 범죄 행위가 예기치 않은 무거운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에, 그 결과로 인해 형이 가중되는 범죄다.


사람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행위의 ‘의지’에 따라 살인죄와 폭행치사죄로 나뉜다. 처음부터 상대방을 살해할 목적으로 저지르면 살인죄가 적용되고,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사망한 경우는 폭행치사죄가 된다.


형법은 사람을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폭행치사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폭행 때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판단의 관건

한 남성이 손으로 얼굴을 강하게 가격 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남성이 죽음에 이르고, 때리는 사람이 그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폭행치사죄가 적용된다 /셔터스톡


A씨에 대한 판결은 사건 당시 그가 주먹으로 B씨의 얼굴을 한 대 치면서 ‘이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 맞춰졌다.


A씨는 재판에서 “사건 당시 B씨의 얼굴을 한 대 때려 바닥에 넘어지게 한 사실은 있지만, B씨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도저히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피해자의 얼굴을 강하게 가격해 바닥에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B씨의 머리 내부에 출혈 등 손상이 발생했는데, A씨는 이러한 일로 B씨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A씨가 피해자의 얼굴을 단 한 차례 때렸지만, 당시 화가 극도로 난 A씨가 술에 취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힘을 잃은 상태에 있는 B씨의 얼굴을 정통으로 강하게 가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람의 얼굴 중 턱이나 볼 부위는 충격에 취약할 뿐 아니라 주변에 뇌와 혈관, 신경 등이 밀집돼 있다”며 “때문에 얼굴을 강하게 때리면 이상증세가 발생하고 생명의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중 5명 ‘사망 예견 가능성 인정’

A씨의 희망에 따라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중 5명이 ‘얼굴 폭행에 따른 사망 예견 가능성’을 인정하고 폭행치사죄 유죄를 평결했다. 2명은 예견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봤다.


배심원들은 또 7명 전원 만장일치로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평결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배심원의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고 단지 권고적 효력을 갖는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부터 실시되는 배심원재판제도다. 만 20세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배심원을 선정한다. 이들은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평결을 내리고, 유죄 평결이 내려진 피고인에게 선고할 적정한 형벌을 토의하는 등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로 피해자가 귀중한 생명을 잃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매우 불량하고, A씨가 피해자 유족들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는 점 등이 형량 결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는 B씨가 자신의 처에게 치근덕거린다고 생각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여,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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