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주차장 입구, '덜컹' 소리에 그냥 갔는데... 바퀴 아래 취객이 있었다
캄캄한 주차장 입구, '덜컹' 소리에 그냥 갔는데... 바퀴 아래 취객이 있었다
"사람인 줄 몰랐다" 운전자의 억울함, 법원은 어떻게 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늦은 밤, 어두운 아파트 주차장 진입로. A씨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차량 바퀴에 무언가 '덜컹' 밟히는 느낌을 받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쳤지만, 그가 밟은 것은 바닥에 누워있던 70대 취객이었다. 취객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A씨는 뺑소니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1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를 재조명하며, 운전자의 책임 범위와 주취자 사고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다뤘다.
"사람일 줄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뺑소니' 가능성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무언가 밟은 느낌은 났지만, 그게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달랐다.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는 "법원은 운전자의 미필적 고의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한다"며 "사람을 쳤다고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뭔가 큰 물체를 밟았는데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미약하게나마 인식했다면 도주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 변호사는 "사람의 몸통을 밟고 지나갔다면 차체가 덜컹거리는 충격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비상등을 켜고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갔다면 뺑소니 유죄 판단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어두운 주차장, 사각지대... 환경적 요인은 변수
다만 사고 장소가 어두운 지하 주차장 입구였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환경적 요소는 유·무죄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며 "지하 주차장의 회전형 구조, 낮은 조도 등으로 인해 바닥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사각지대였다면 운전자가 사고를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안 보였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송 변호사는 "도로교통공단이나 국과수의 현장 검증을 통해 당시 조도나 운전석 시야에서 실제로 사람이 보이지 않는지 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객 과실은? "민사상 40~50% 인정되기도"
그렇다면 술에 취해 위험한 장소에 누워있던 피해자 책임은 없을까. 송 변호사는 "법적으로도 피해자 책임을 꽤 중요하게 본다"며 "주차장 진입로에 누워 있었다면 상당히 위험한 행동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사상으로는 피해자 과실을 40% 이상, 야간이고 사각지대라면 50% 넘게 인정한 사례도 있다"면서도 "형사 재판에서 참작 사유는 되지만, 사망 사고의 경우 운전자 과실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괜찮으세요?" 묻고 떠난 경찰, 주취자 사망하자 9천만원 배상
방송에서는 주취자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해 처벌받은 경찰의 사례도 소개됐다.
강원도 횡성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서 경찰은 영하의 날씨에 야외에 주저앉아 있던 취객에게 창문 너머로 "괜찮으세요?"라고만 묻고, 취객이 "괜찮다"고 하자 현장을 떠났다. 취객은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송 변호사는 "법원은 국가가 유족에게 약 9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며 "취객의 '괜찮다'는 말은 만취 상태의 무의식적 대답일 뿐 정상적인 판단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운전자들에게 "운전 중 '덜컹'하는 느낌을 받았다면 즉시 정차해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상이 없더라도 112나 보험사에 신고해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