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인출’에 연루됐는데, 처벌 수위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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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인출’에 연루됐는데, 처벌 수위가 궁금합니다.”

2019. 09. 09 17:0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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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했으면 ‘사기죄’나 ‘사기방조죄’

몰랐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대출사기문자 방지 프로그램 행사에서 실제 보이스피싱 녹음 파일이 재생되고 있다. / (사진 = 김현태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A씨가 돈이 쪼들려 금융사에 대출 신청을 했는데 승인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A씨에게 마침 누군가가 대출한도를 늘려 줄 수 있다며 접근해 옵니다. 그는 A씨에게 “한도를 늘려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줄테니 A씨 은행 계좌로 입금되는 돈 990만원을 CD기에서 인출해 정해준 계좌에 입금해 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그대로 했습니다.
A씨는 이후 한 차례 더 890만원을 통장으로 입금받고 이 돈을 인출하던 중 은행 전산팀으로부터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놀랜 A씨는 인출한 현금을 해당 은행에 다시 입금한 뒤 경찰서로 가 자진 신고했습니다. 그는 보이스피싱일 것이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는데 범행에 연루된 것 같다며 걱정합니다. 그는 앞으로의 수사 진행 과정과 처벌수위가 알고 싶다며 변호사에게 자문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월세집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B씨가 직장을 쉬게 되면서 대출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 B씨의 휴대폰에 카톡 메시지가 하나 떴습니다. 주류회사라면서 소지하고 있는 신용카드를 빌려주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B씨가 카톡으로 연락해봤습니다. 상대방은 “사업자등록증 없이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을 대상으로 납품하는데, 과세자료 없이 주류를 납품하다보니 법인계좌로 수금하기 곤란해 부득이 매달 열명 가량 카드 빌려 줄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당장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B씨는 별 의심없이 신용카드를 상대방에게 보내줬습니다. 상대방이 업무담당자 신분증, 사업자 등록증, 재직증명서, 통장 입출금 내역서까지 보내주었기에 의심할 수가 없었다고 B씨는 말합니다. 다음날 한 사람 이름으로 돈이 입금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 돈이 빠져 나갔습니다.
B씨는 통장에 139만원이 남았을 때 업체 담당자와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때까지도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통장을 확인해보니 지급정지 조치가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B씨가 카드분실 신고를 하고 상대방에게 연락했더니 “업주분께서 잘못하신 것 같으니 확인하고 연락주겠다”고 해 놓고 연락이 끊겼습니다.
B씨는 “해당 은행에 문의해서 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입금한 사람에게 돌려주면 문제가 해결될지, 아니면 한시라도 빨리 경찰서에 신고하고 자수를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너무 무섭고 떨린다고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액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6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의 4440억원보다 35% 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해자 수도 올해 5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 된 보이스피싱 ‘연루자’들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보이스피싱에 낚여 직접적으로 금전적 손실을 입은 피해자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인출책 피의자로 법정에 서게 된 사람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보이스피싱 ‘연루’ 피의자 수는 한해 3만여명에 달하고, 연령대는 10대에서 30대에 걸쳐 분포돼 있습니다.


이들 ‘보이스피싱 연루자’들은 실업난 속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젊은이나 신용도가 낮아 금융기관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이 대부분이어서 안타까움을 낳습니다. 이 경우 본인도 속아서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가해자로 법 앞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상황과 처지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보수가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하거나, 대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신용도가 낮아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낮은 이율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문자를 보냅니다.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릴 때 그들을 범죄에 이용하는 게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전형적 수법 중 하나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기 방조’ 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들 연루자들에게 “대출을 위해서는 통장 거래 내역이 필요하다”며 은행 계좌로 돈을 입급시켜 준 뒤, 그 돈을 인출해 다른 사람에게 송금하거나 직접 전달토록 합니다. 이 경우 연루자들은 보이스피싱을 도왔다는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고, 사기방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됩니다. 보이스피싱 인출책 혐의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연루자들은 흔히 본인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인 줄 모르고 사건에 가담했다며 형사처벌은 면하지 않을까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경우 사연이 어떻든 사기범죄를 도와준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되고, 가담 정도에 따라 중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만약 재판에서 보이스피싱 인출책 혐의가 인정되면 사기죄로 10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통장이나 신용카드를 빌려줬다면 전자금융거래 위반죄가 돼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상담사례에서 처럼 본인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돼 가해자가 된 경우 사기방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기방조죄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초범이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받을 가능성 커”

법무법인 지후의 민태호 변호사는 A씨의 질의에 대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어서 사기 방조로 조사받게 되고, 이 부분이 인정되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며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속았다는 점을 수사기관에 잘 설명하고, 카카오톡 메시지 등 본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현출(顯出⋅두드러지게 드러냄)하기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법률사무소 명현의 김남국 변호사는 “A씨가 말한 내용으로 미뤄볼 때 대출한도를 증액해 준다고 해서 본인 계좌로 입금받아 다시 대출업체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 이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믿고 그렇게 했다면, 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루되어 인출책 역할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본인이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믿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황과 증거들을 충분히 준비해서 경찰 조사 때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는 “어떤 광고를 보고, 상대방이 어떻게 설명했는지, 왜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는지 등 자신이 보이스피싱과 관련없다는 것을 믿게 할만한 충분한 증거를 모으고, 어떤 내용을 강조해서 이야기할지 준비한 후에 경찰 조사에 임하기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그러나 이와 다른 견해를 보입니다. 그는 “이 사안의 경우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합니다. 최 변호사는 “은행 전산팀으로부터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연락을 받고 인출된 현금을 해당 은행에 재입금하여 피해자의 피해확대를 방지한 점, 즉시 경찰서에 자수한 점, 당초 사기 범죄임을 몰랐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추후 수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검찰에서 기소유예 결정을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법무법인 지후의 민태호 변호사는 B씨의 사례에 대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신용카드를 빌려줬으면 사기 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며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수사기관에 잘 설명하고, 카카오톡 메시지 등 본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현출하기 바란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안은 벌금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법무법인 법승의 문필성 변호사는 “B씨가 대가를 받기로 하고 상대방에게 신용카드를 보낸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고, 해당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초범이고 다른 불리한 양형요소가 특별히 없다면 벌금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문 변호사는 “그러나 만약 B 씨가 보이스피싱인지 알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면, 보이스피싱 사기 방조나 사기로 형사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며 “이 경우에는 징역형 등의 구속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는 부분을 진술과 자료 등을 통해 적절히 소명하실 필요가 있고, 양형 요소 등의 정상 관계 주장 등 적절한 대응 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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