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과 임신부, 환각 상태로 벤틀리 운전…프로포폴 86번에도 법원은 선처
마약 전과 임신부, 환각 상태로 벤틀리 운전…프로포폴 86번에도 법원은 선처
법원, 마약 전과 있는 임신부에 이례적 선처
출산 앞둔 점 고려해 집행유예

벤틀리 차량 중 하나인 '벤테이가' 모델. /벤틀리 홈페이지
뱃속에 아이를 가진 임산부가 1억이 넘는 돈을 쓰며 80차례 이상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투약하고, 환각 상태로 강남 한복판에서 벤틀리를 몬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마약 전과가 있는 피고인의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하면서도, 출산을 앞둔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년도 안 돼 86번 투약⋯1억 3천만 원 탕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의사·간호조무사 등이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불법 프로포폴 판매망의 'VIP 고객'이었다. 그녀는 2023년 2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 동안 한 병원에서만 68차례에 걸쳐 총 1억 1,601만 원을 내고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 4종을 투약받았다.
A씨의 마약 투약은 여러 병원을 돌며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다른 병원에서도 총 18회에 걸쳐 1,360만 원을 지급하고 프로포폴 등을 맞았다.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확인된 투약 횟수만 86회, 사용한 금액은 1억 2,961만 원에 달했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마약 단속을 피하기 위해 친구 등 18명의 주민등록번호를 63차례나 도용했으며(주민등록법 위반), 마약을 맞은 직후 환각 상태에서 4차례나 자신의 벤틀리 승용차를 몰고 강남 일대를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도 받았다.
법원 "책임 무겁다"면서도 '임신' 이유로 선처
재판부는 A씨의 죄가 매우 무겁다고 분명히 했다. 판결문에서 "마약류 범죄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크고 재범 위험성도 높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가 과거에도 마약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들어 "책임이 무겁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례적인 선처 배경에는 A씨가 '예비 엄마'라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은 현재 임신 중으로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명시했다. 여기에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 ▲실형으로 복역한 전과는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법원은 A씨에게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으며, 범죄수익 1억 2,961만 원 전액에 대한 추징 명령도 함께 내렸다. 뱃속 아이의 생명을 외면한 채 마약의 늪에 빠졌던 예비 엄마가, 역설적으로 그 아이 덕분에 실형을 면하게 된 셈이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단5757 2024고단6412(병합) 2025고단2409(병합) 판결문 (2025. 7. 22.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