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일자 없어 경매서 보증금 일부 못 받아…법원 “새 집주인이 돌려줘야”
확정일자 없어 경매서 보증금 일부 못 받아…법원 “새 집주인이 돌려줘야”
전입신고로 대항력 갖췄다면
확정일자 없어도 새 집주인에 보증금 청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전입신고를 마쳐 대항력을 갖춘 세입자라면, 확정일자가 없어 경매에서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지 못했더라도 새 집주인에게 남은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확정일자 없어 보증금 3000만 원 배당 못 받아
A씨의 아버지는 2013년 1월 보증금 8500만 원에 서울 종로구의 한 다가구주택 1층을 임차했다. 보증금을 지급하고 집을 인도받은 뒤 같은 해 2월 전입신고를 마치고 거주했지만,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는 받지 않았다.
이후 아버지가 사망하자 상속인인 A씨는 2018년 4월 세대주 변경 신고를 하고 해당 주택에서 계속 거주했다.
그러던 중 이 주택에 대해 2021년 12월과 2022년 7월 각각 강제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B씨는 2023년 11월 경매에서 주택을 낙찰받아 새 소유자가 됐다.
A씨는 경매 절차에서 보증금 8500만 원에 대한 권리신고와 배당요구를 했다. 그러나 확정일자가 없어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지 못했고,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규정에 따라 5500만 원만 배당받았다.
A씨는 배당기일에 배당받지 못한 3000만 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별도의 배당이의 소송은 내지 않았다.
법원 “대항력 갖춘 임차인,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 잔액 요구 가능”
배당 절차가 끝난 뒤 B씨는 A씨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남은 보증금 3000만 원을 돌려받기 전에는 집을 인도할 수 없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씨는 A씨가 배당요구 기한 전까지 확정일자를 받거나 주택을 가압류하는 절차를 밟았다면, 경매에서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아 발생한 손해까지 자신이 책임질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A씨가 실제 임차인이 아닌 위장 임차인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강제경매 개시 결정이 등기되기 전에 전입신고를 마쳐 대항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않았다면 소멸하지 않으므로, A씨는 남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새 소유자인 B씨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봤다.
B씨가 제기한 가장 임차인 의혹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과 B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가장 임차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 배당받은 5500만 원에 해당하는 사용이익은 공제
다만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3000만 원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는 보증금 가운데 5500만 원을 이미 배당받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며 사용이익을 얻은 만큼, 이에 해당하는 금액은 반환받을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5500만 원에 연 5.5%의 전환율을 적용해 월 사용이익을 25만 2083원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B씨는 A씨로부터 주택을 인도받는 동시에, 남은 보증금 3000만 원에서 2023년 12월 14일부터 인도 완료일까지 월 25만 2083원으로 계산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