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주 쉬고 왔다고 '산업 재해' 인정 안 한 2심⋯대법원이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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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주 쉬고 왔다고 '산업 재해' 인정 안 한 2심⋯대법원이 뒤집었다

2020. 06. 08 14:4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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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에 하루 12시간씩 근무했던 근로자⋯사망 후 업무상 재해 신청했지만 '거부'

사망 당시의 상황만으로 "산재 아니다" 판단한 원심 파기 환송

대법원 "업무상 과로가 근로자 지병 악화 시켜 사망했다면, 산재로 인정해줘야"

2018년 초 유난히 춥던 어느 날, 하루 12시간가량씩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던 A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약 2주간 쉬고 온 A씨는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기숙사 화장실에서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공장에서 출하되는 파이프를 포장해 차에 싣는 일을 하는 A씨.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 가까이 해온 베테랑이다. 그의 업무는 공장과 야적장에서 주로 이루어졌는데, 2인 1조로 하루 12시간가량씩 일을 했다. 그리고 2주마다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기도 했다.


2018년 초 유난히 춥던 어느 날, 그렇게 일해오던 A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숙소에서 쉬던 중 갑자기 가슴 통증과 함께 심한 호흡곤란이 발생한 것이다.


119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된 A씨에게 의사는 "협심증이 의심된다"며 입원을 권유했다. 하지만 A씨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집에서 요양하는 쪽을 택했다. 십여일을 쉰 뒤 다시 일을 시작했다. 더 쉬었어야 했을까. 그는 다시 근무를 시작한 지 이틀째 되던 날, 기숙사 화장실에서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처음 쓰러진 뒤 약 10일 넘게 쉬었던 근로자⋯1심⋅2심 재판부 "객관적 과로상태로 볼 수 없다"

A씨가 사망한 뒤 가족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A씨의 사망을 "생전에 앓던 지병이 악화된 탓"이라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사망하기 10년 전쯤 고혈압, 협심증 등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의 유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不)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낸 것이다. 공단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해주지 않았으니, 그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었다.


하지만 법원도 유족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유족들은 사건을 2심으로 끌고 갔다. 지난해 11월 열린 2심 재판. 사건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A씨가 '1차 재해' 발생 후 2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해 '2차 재해' 발생 당시에는 객관적 과로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1차 재해'란 A씨가 협심증 의심 증상으로 쓰러졌을 때를 말하고, '2차 재해'란 약 10일 넘게 쉬고 다시 일하다 쓰러져 사망했을 때를 말한다. A씨가 10일간 충분하게 쉬고 왔기 때문에 업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근로복지공단의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A씨 가족은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갔다.


"산업재해로 보는 게 맞다" 판결 뒤집은 대법원의 근거는?

상고심(3심)에서 사건은 180도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28일 "'2차 재해' 발생 때 A씨가 '객관적 과로상태'에 있었는지 아닌지만을 따져 '업무상 재해' 여부를 결정한 원심판결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를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한 '2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앞서 일어난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인지를 따져봤어야 한다"고 했다. 즉, A씨가 처음 쓰러졌을 때 '객관적 과로 상태'에 있었는지를 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A씨가 기존에 고혈압, 협심증, 심부전증 등의 지병을 갖고 있었지만, 8년 가까이 계속된 장시간 근로와 주·야간 교대제 근무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면서 지병이 급격히 악화해 1차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1차 재해가 발생한 뒤 병세가 심해지면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2차 재해라고 봐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더불어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그동안 쌓인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지병을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7년 넘게 하루 12시간씩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해온 A씨는 만성적 피로로 인해 지병이 급속히 악화했고, 이로 인해 사망하게 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1주 평균 업무시간이 약 64시간이고,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 간이 약 66시간에 달했던 A씨. 이에 그가 겪었을 피로와 주·야간 교대 근무가 취침 시간의 불규칙, 수면 부족 등으로 받았을 스트레스는 평균적인 사람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평균적인 사람과 건강 상태 등을 비교한 것은 잘못됐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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