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보낸 건강식품인 줄'…50만 원 독촉장 받은 80대 할머니의 비명
'자녀가 보낸 건강식품인 줄'…50만 원 독촉장 받은 80대 할머니의 비명
수신인 이름 교묘히 바꿔 건강식품 보낸 뒤 섭취 유도, 전형적 노인 대상 사기

80대 노인에게 이름이 비슷한 택배를 보내 건강식품 섭취를 유도한 뒤 50만원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가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혼자 사는 80대 노인에게 이름이 비슷한 택배를 보낸 뒤, 건강식품을 먹도록 유도하고 50만 원을 요구한 신종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각심을 울리고 있다.
자녀들이 보낸 선물로 착각해 제품을 섭취한 할머니는 뒤늦게 사기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업체는 허술한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집요하게 돈을 요구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한 푼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못 박았다.
'홍길동' 앞으로 온 택배, 알고 보니 '홍길*'의 덫
사건은 지난해 11월 초, 혼자 사는 80대 할머니의 집으로 건강식품 택배가 배달되면서 시작됐다.
택배 상자에는 할머니의 이름과 끝 글자만 다른 이름(예: 홍길동→홍길*)이 적혀 있어, 누구든 헷갈릴 법했다. 자녀들이 보낸 선물이라 여긴 할머니는 제품을 한쪽에 두었다.
며칠 뒤, 한 업체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식품을 드셨냐"는 물음에 할머니가 "안 먹었다"고 답하자, 업체는 "몸에 좋으니 드셔 보시라"며 섭취를 권했다. 건강을 챙겨 주는 친절한 연락이라고 생각한 할머니는 그제야 제품을 개봉해 먹기 시작했다.
이후 업체는 추가로 식품을 발송했고, 할머니가 제품을 먹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약값 50만 원을 내라"며 대금을 청구한 것이다.
당황한 할머니가 "자녀들이 오면 물어보고 주겠다"고 둘러대자, 업체는 한동안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11월 29일, 업체는 다시 전화를 걸어 돈을 내라고 닦달했다.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맞서자 업체는 오히려 자녀들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결국 12월 9일, 할머니의 집으로 '내용증명' 우편물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 서류마저 수신인 이름이 틀렸고, 주소지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으며, 사업자 정보도 불분명한 조작 의심 정황이 가득했다.
변호사들 "명백한 사기, 1원도 줄 의무 없다"
가족들의 고민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절대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일방적 강매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절대 응하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전형적인 노인 대상 사기 수법으로, 할머님께서는 어떠한 금전지급 의무도 없습니다"라고 덧붙이며, 허위 주소지를 사용하고 부실한 내용증명을 보낸 것 자체가 불법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윈앤파트너스 김민경 변호사 역시 "민법상 계약은 청약과 승낙의 합치로 성립하는데, 귀하의 할머니께서는 구매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습니다"라며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방문판매법 제34조는 소비자가 구매 의사가 없는 상품을 일방적으로 보내고 대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임을 명확히 했다.
무대응이 상책?…전문가들이 제시한 구체적 대응법
그렇다면 이런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이 상황은 명백한 사기일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진단하며, 할머니가 더 이상 업체와 대화를 이어가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업체의 연락에 대응하지 말 것을 첫 번째 수칙으로 꼽았다. 그는 "우선 해당 업체의 추가 연락이나 내용증명에 일절 대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하며, "이러한 업체들은 응대할수록 더욱 집요하게 금전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대신 받으신 택배 박스, 내용증명, 통화 내역 등은 모두 증거로 보관하고, 가능하다면 통화 내용을 녹음해 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민경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찰에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 외에도 한국소비자원이나 관할 구청 소비자보호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도 할머니가 섭취한 제품에 대한 대금 지불 의무는 전혀 없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이처럼 일방적으로 받은 상품은 소비자가 사용하거나 처분해도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