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앨범 공유했더니 "통매음 고소"…상품권 뜯어낸 헌터
비밀앨범 공유했더니 "통매음 고소"…상품권 뜯어낸 헌터
'ECRM 접수증' 조작해 협박…변호사들 "전형적 수법, 무시하고 역고소해야"

채팅 앱 비밀앨범으로 사진 유도 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하겠다며 금품을 뜯어내는 사기가 기승이다. / AI 생성 이미지
채팅 앱에서 비밀앨범을 공유한 뒤 돌변해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로 고소하겠다며 상품권을 뜯어내는 신종 '통매음 헌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캡처가 불가능한 앱의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하며, 조작된 경찰 접수증으로 피해자를 압박해 금품을 갈취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실제 고소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오히려 협박과 공갈죄로 역고소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기사진 캡처했다"…달콤한 대화, 돌변한 협박
사건은 한 익명 채팅 앱에서 시작됐다. A씨는 상대방과 서로의 '비밀앨범'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비밀앨범은 상대가 열기 전까지 내용을 볼 수 없는 기능으로, A씨는 자신의 성기 사진을 앨범에 담아 보냈다.
그러나 A씨의 앨범을 확인한 상대방의 태도는 돌변했다. 상대는 "컴퓨터를 이용해 캡처했다"며 A씨의 사진과 프로필을 증거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디 사는지 알았다"고 위협하며, 온라인 범죄 신고 시스템(ECRM) 임시 접수 문자 캡처본과 통매음 관련 법률 조항을 보내며 A씨를 압박했다. 두려움에 빠진 A씨가 사과하자 상대는 "좋게 끝내고 싶다"며 상품권 결제를 요구했고, A씨는 결국 상품권을 보냈다.
'ECRM 접수증'과 상품권 요구…전형적인 '통매음 헌터'의 수법
상대방의 협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고소를) 취하하러 갔는데 취하가 안 된다"는 연락을 끝으로 상대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모든 과정이 전형적인 '통매음 헌터'의 사기극이라고 분석한다. 박성현 변호사는 "접수번호 모자이크, 시간 왜곡, 상품권 요구 등은 헌터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ECRM 접수를 주장하며 캡처를 보내고 상품권을 요구한 것은 협박과 공갈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ECRM 임시 접수는 평일 업무 시간에 경찰서에 직접 방문해야 정식 접수 효력이 발생한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새벽 시간대에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은 실제 수사절차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진짜 수사관이라면 절대로 '좋게 끝내자'며 상품권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헌터들은 이처럼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의 불안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낸다.
변호사들 "겁주려는 말, 무시하고 일상 보내도 돼"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불안에 떨 필요가 전혀 없다고 조언했다. 조기현 변호사와 한병철 변호사는 "마지막에 취하가 안 된다는 말은 그냥 겁을 주려고 한 말에 불과하다"며 "무시하고 일상을 보내도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A씨는 상대방을 공갈죄로 고소할 수 있는 '피해자'의 위치에 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다시 협박이 이루어질 경우 경찰에 신고하여 정식 수사를 요청하시기 바란다"며 "모든 대화와 송금 내역은 증거로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 변호사 역시 "상대의 행위는 전형적인 헌터가 하는 공갈"이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될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법적 대응을 원할 경우, A씨는 상대방과의 대화 기록과 상품권 전송 내역 등을 증거로 공갈 및 협박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