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부인의 합의 종용⋯"합의해 달라"고 쫓아다녀도 폭행과 협박이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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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부인의 합의 종용⋯"합의해 달라"고 쫓아다녀도 폭행과 협박이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

2020. 06. 04 19:50 작성
최종윤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y.cho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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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에게 성범죄 당한 피해자⋯항소심 앞두고 부인이 찾아와 합의 종용

2차 피해 확실하지만, 현행법상 '합의 요구'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어

변호사들 "합의 시도를 막을 순 없지만, 2차 피해 방지 위한 규정 신설할 필요 있다"

'합의'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계속해서 합의를 종용한 가해자 측 가족. 이런 무리한 '합의 시도'는 처벌할 수 없을까.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셔터스톡

모든 걸 잊고 싶어 살던 곳까지 떠난 A씨. 하지만 난데없이 찾아온 한 사람 때문에 악몽 같았던 기억이 떠올라 온몸이 떨린다.


A씨를 찾아온 사람은 한 교회 '목사'의 부인 B씨. 그 목사는 자신의 교회를 다니던 여성 신도 9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해 징역 8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다. A씨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목사의 부인은 다짜고짜 A씨에게 '합의'를 요구했다. 오는 5일 있을 항소심에서 조금이라도 형을 깎기 위해 피해자와의 '합의 시도'에 나선 것이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거절해도 끝까지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고 한다. "차를 마시자"며 차에 태우기도 하고, 1천만원의 합의금을 건네며 3시간 동안 끈질기게 따라다녔다는 주장이다. 그래도 A씨가 계속 거부하자 "내일 다시 오겠다"며 돌아갔다 알려졌다.


A씨의 주장이 맞다면 '합의'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가해자 측이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무리한 '합의 시도'는 처벌할 수 없을까.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3시간 동안 쫓아다니며 '합의 종용'⋯강요죄는 아닌 이유는?

A씨는 "그때 일은(성폭행 사건) 죽기 전까지 나를 괴롭힐 것 같다"며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목사' 부인인 B씨는 거부 의사를 밝힌 A씨를 3시간 가까이 따라다니면서 '합의'를 요구했다. 이를 형법상 강요죄로 볼 수는 없을까.


형법은 제324조에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강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B씨가 강요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 '법무법인 서중'의 김보현 변호사, '법무법인 유스트'의 배창원 변호사./로톡 DB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 '법무법인 서중'의 김보현 변호사, '법무법인 유스트'의 배창원 변호사./로톡 DB


법무법인 유스트의 배창원 변호사는 "피해자가 놀라고 심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하나, 합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팔을 붙잡고 매달린 정도를 폭행으로 보기 어려워 '강요죄'가 성립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서중의 김보현 변호사도 "2차 피해를 가한 것은 명백하나 강요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가해자 측의 합의 요구 행위를 범죄로 구성하고 있는 법률 조항이 없어, 이런 행위가 협박 수준에 이르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는 "만약 B씨가 합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합의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 A씨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 등을 고지했다면 '강요죄 미수'는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더불어 "A씨가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에 태우고 이동한 행위도 감금죄(형법 제276조)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금죄는 특정 지역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 성립한다. 대법원은 승용차를 약 60~70km의 속도로 달려 피해자를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게 한 행위가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99도5286).


처벌은 안 되지만⋯형 줄이려다 오히려 형만 늘어날 수 있다

감형을 위해 합의를 종용했던 '목사' 부인 B씨를 처벌할 수는 없어도, 이를 통해 '목사'가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박준제 변호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를 형의 가중 요소로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하는 기준을 말한다. B씨의 일방적인 합의 시도로 A씨가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므로 재판부가 형의 가중 사유로 삼을 수 있다. 오히려 형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규정 신설할 필요 있다"

변호사들은 목사 부인 B씨의 합의 종용 행위는 상식을 벗어난 방법이라고 했다.


박준제 변호사는 "가해자 측의 변호인이 피해자 또는 피해자가 선임한 변호사 등에게 유선상 연락을 통하여 합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며 "위와 같이 직접 대면하여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했다.


배창원 변호사도 "성범죄 사건 변호인들은 피해자에게 직접 접촉하지 않고, 피해자 측 변호사나 국선변호사를 통해 합의를 시도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즉, 이번 사건은 이례적인 경우라는 것이다.


다만 김보현 변호사는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상대방에게 피해금을 지급해 합의하고자 하는 시도가 잘못됐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대신 법률에서 명확히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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