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정으로 2년 장사한 해커, 주소 몰라 소송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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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정으로 2년 장사한 해커, 주소 몰라 소송도 못하나?

2026. 02. 03 09:4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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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300만원에 분노한 피해자…변호사들 “기다리거나, 먼저 걸거나” 2가지 해법 제시

A씨는 자신의 네이버 계정이 해킹당해 엉뚱한 사람의 사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가해자 정보가 없어 민사소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내 네이버 계정을 2년간 도용해 240개가 넘는 홍보글로 사익을 챙긴 가해자는 벌금 3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계정을 송두리째 빼앗긴 피해자는 가해자의 주소조차 몰라 민사소송은커녕 내용증명 하나 보내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에 부닥쳤다.


답답함에 빠진 피해자에게 법률 전문가들은 포기하기 이르다며 '기다리거나, 먼저 소송을 거는' 두 가지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내 계정으로 2년 넘게 영업"…보상 길 막힌 피해자


A씨는 자신의 네이버 계정이 해킹당해 엉뚱한 사람의 사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2025년 3월에야 알게 됐다. 가해자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A씨의 계정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요식업, 미용업 등을 홍보하는 게시글 약 240개를 작성했다.


심지어 A씨의 메일 계정으로 제3자의 이력서까지 주고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즉시 형사 고소했고, 검찰은 가해자에게 벌금 300만 원의 구약식 처분을 내렸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알 수 없는 경로로 제3자에게 계정을 구매했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형사 처벌과 별개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고자 한 A씨의 길은 시작부터 막혔다. 가해자의 이름 외에는 아는 정보가 전무해 민사 절차를 개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법 1. '기다림의 시간'…형사사건 확정 후 기록 열람


A씨처럼 가해자의 개인정보를 몰라 소송에 애를 먹는 경우, 다수의 변호사들은 '기다림'을 첫 번째 해법으로 제시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수사기관이 피해자에게 가해자 정보를 임의로 제공할 수 없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이주한 변호사는 "현재 구약식 처분이 내려졌으나 아직 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원칙적으로 사건기록 열람·등사는 제한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장 일반적이고 안전한 방법은 법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법무법인 창세 손권 변호사는 "형사 절차가 약식명령으로 확정되면, 그 이후에는 기록 열람·등사가 가능해지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의 주소 등 최소한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이 정보를 확보한 뒤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정석적인 절차다.


해법 2. '선(先)소송, 후(後)조회'…법원 통해 정보 얻는 역발상


기다릴 수 없다면 더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내용증명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역발상' 전략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는 "법원에 민사 소송 소장을 접수하면서 피고의 인적 사항을 '성명불상'으로 기재한 뒤, 가해자가 처분받은 형사 사건 번호를 토대로 검찰청에 사실조회 신청을 하거나 법원을 통한 문서송달촉진 절차를 진행하면 가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적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힘을 빌려 합법적으로 상대방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이주헌 변호사 역시 "민사소장을 먼저 접수하신 후, 수사기관이나 통신사 등을 대상으로 사실조회 신청 또는 문서송부촉탁을 진행해야 합니다"라며, 이를 통해 가해자를 특정하고 소송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주소를 모른다고 소송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보상은 어디까지? "부당이득, 위자료 모두 청구 가능"


그렇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어떤 피해를,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계정 사용 불능에 따른 피해는 물론, 가해자가 얻은 '부당이득'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폭넓게 청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서 법률사무소 배재용 변호사는 "민사에서는 계정 무단 사용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블로그 운영·영업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신용·계정 사용 제한 포함) 제3자 이력서 수·발신에 따른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가해자의 2년간의 영업 활동은 명백한 불법행위의 결과물이므로 그 이익을 반환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승소 시 변호사 선임비용을 상대방에게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라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으로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나설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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