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쓰기 직전 매매계약 포기했더니 "당신 때문에 날린 다른 아파트 중개 수수료도 달라"
계약서 쓰기 직전 매매계약 포기했더니 "당신 때문에 날린 다른 아파트 중개 수수료도 달라"
문자로 계약서 작성 일정 및 계약금 액수 확인⋯이후 계약 당일 "계약 못 하겠다" 포기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계약 성사 때 받기로 한 다른 매물에 대해서도 보상해라"
변호사 "계약 안 했으니 수수료 지급 의무 없다"

계약을 앞두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매매 계약을 취소한 A씨. 중간에서 수고한 공인중개사에게 어느정도 배상할 마음은 있었지만, 요구가 너무 과한 것 같다. /셔터스톡
집을 보러 다니던 A씨는 마음에 드는 아파트 하나를 발견했다. 당시에는 바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그 아파트'가 계속 생각나 결국 휴대전화를 들었다.
부동산에 전화해 해당 아파트 계약을 위한 일정을 잡았다. 계약금이 얼마인지도 확인했다. 다만, 돈을 주고받는 문제는 직접 만나서 상의하기로 했다. 모든 내용은 문자로 남아있다.
그런데 약속했던 당일, 중개사에게 "개인적 사정으로 계약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통보했다. A씨는 당연히 미안한 마음에 공인중개사에 어느 정도는 배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개사의 요구는 한참을 웃돌았다.
중개사는 이번에 A씨가 포기한 아파트 매매 건에 대한 중개수수료 뿐만 아니라, 다른 매매 중개수수료까지 2건의 수수료를 내라고 주장했다. 이번 건이 성사되면 매도인(A씨가 사려고 했던 아파트의 집주인)이 해당 부동산에 다른 물건도 내놓기로 했는데, 이것이 날아갔으니 책임지라는 주장이었다.
중개사는 "A씨가 의무 위반을 한 것이니,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겁을 줬다.
A씨는 중개사가 요구하는 대로 들어줘야 하는 건지 알고싶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이후 계약이 일방에 의해 취소됐다면 공인중개사에게 중개수수료를 줘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의 주명호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업자의 중개보수 청구권은 '중개 의뢰를 받아 계약을 체결했을 때'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A씨의 경우처럼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중개업자에게 중개보수를 청구할 권리가 원칙적으로 없다"고 분석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아직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라면 A씨는 중개수수료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중개수수료는 결과채무이므로 중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급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계약은 구두로도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A씨 경우 잔금 일정 등에 관한 약속도 없었기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 역시 "매도인(집주인)에게 가계약금조차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매매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A씨의 경우 아직 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므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씨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걸까.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중현 지세훈 변호사는 "설사 A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도, 사회 일반의 관념상 통상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에 대하여만 배상해 주면 된다"고 했다.
안병찬 변호사는 더 구체적인 배상 항목을 제시했다. 안 변호사는 "A씨의 손해배상 책임은 등기부등본 발급 비용, 교통비 등 실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봤다.
주명호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주 변호사는 "A씨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더라도, '다른 아파트 매매 물건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은 중개업소의 특별손해에 해당한다"며 "이것까지 A씨가 책임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