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CCTV도 놓친 ‘진짜 운전자’… 덤프트럭 계측 거부, 차주는 왜 무죄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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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CCTV도 놓친 ‘진짜 운전자’… 덤프트럭 계측 거부, 차주는 왜 무죄받았나

2025. 12. 19 17:3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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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의 하이패스 질주

법정에 선 차주의 반전 "내가 안 했다"

화물차가 법을 어겼어도 검찰이 '실제 운전자'를 입증하지 못하면 차주를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엄격한 판결이 나왔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5.5톤 덤프트럭 한 대가 사흘 연속 고속도로 적재량 측정 장비를 무시하고 하이패스 차로를 질주했다. 사건은 지난 2024년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모두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5시~6시)에 발생했다. 경기 화성시 송산면 송산마도영업소를 통과하던 이 트럭은 적재량 측정 장비가 설치된 차로 대신 일반 하이패스 차로로 진입해 총 3회에 걸쳐 계측 의무를 위반했다.


검찰은 차량 번호를 조회해 소유주인 A씨를 도로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외관상 덤프트럭이 법규를 위반한 사실은 명백했고, 차주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재판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A씨가 "당시 운전대를 잡은 것은 내가 아니라 제3자인 B씨였다"고 주장하며 관련 증거를 제출한 것이다. 검찰은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정작 그 시각 운전석에 누가 앉아 있었는지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운전대 잡은 사람을 처벌하라"… 법원의 엄격한 잣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형사2단독(오현석 판사)은 이번 사건(2025고정503)에서 피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위 3회의 구체적 운행에서 피고인이 아니라 B가 운전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증거자료가 제출되었다"며 "피고인은 운전자가 아니라는 의구심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트럭이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기소된 A씨가 그 행위자가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가 적용된 결과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유죄를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심증’만으로는 부족… 검찰이 놓친 ‘결정적 한 방’

이번 판결은 단순한 증거 부족을 넘어 형사법의 핵심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리적으로 분석해보면, 사건의 핵심은 도로법 제115조 제5호 위반죄의 성립 요건이 철저히 **‘차량의 운전자’**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즉, 차주라 할지라도 범행 당시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해당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상 범죄사실의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는 검사가 피고인을 '실제 운전자'로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CCTV 영상, 하이패스 기록 등)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절차적 허점이 자리 잡고 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입증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입증에 실패할 경우, 그 불이익은 당사자가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증명책임의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양벌규정 적용도 불가?… 구멍 뚫린 공소사실

일각에서는 "운전자가 직원이었다면 사장인 차주도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도로법 제116조는 종업원의 위반 행위에 대해 사업주를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이조차 적용되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은 애초에 A씨를 '운전자'로만 기소했기 때문에, 법원은 A씨가 직접 운전했는지만 따지면 된다. 설령 검찰이 뒤늦게 양벌규정을 적용하려 했더라도 유죄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양벌규정이 성립하려면 해당 운행이 '피고인의 업무'에 해당한다는 점이 추가로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운전자가 누구인지조차 불명확해 업무 관련성을 따지기 이전에 증명이 막혔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위법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수사 기관의 정교하지 못한 증거 수집과 운전자 특정 실패로 인해 처벌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결과를 낳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 검찰이 단순 차주 소환을 넘어 운전자 특정을 위한 철저한 초기 수사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5고정503 판결문 (2025. 9. 16.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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