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서 아이 친 80대 운전자 “사고 난 줄 몰랐다” 뺑소니…법원 판단은?
어린이보호구역서 아이 친 80대 운전자 “사고 난 줄 몰랐다” 뺑소니…법원 판단은?
법원, 뺑소니 혐의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차로 치고 현장을 떠난 80대 운전자 A씨.
그는 재판에서 사고가 난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뺑소니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은 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스쿨존 횡단보도서 11세 아이 충격…운전자는 "몰랐다"
사건은 지난해 5월 전북 정읍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했다. 82세 운전자 A씨는 승용차를 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B군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군은 발목 염좌 등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하지만 A씨는 차에서 내려 상태를 살피거나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등의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시력이 좋지 않아 사고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도주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뺑소니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법원 "튕겨 나갈 정도 충격,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A씨가 사고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도주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차량 블랙박스와 CCTV 영상에서 B군이 충격으로 튕겨 나가는 모습이 확인된 점에 주목했다. 또 사고 직후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A씨의 배우자가 B군에게 상태를 물어본 사실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법원은 차량의 충돌 부위가 운전석 쪽 앞 범퍼였고, 피해자가 튕겨 나갈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차량의 진동이나 충격음 등을 통해서도 사고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괜찮다"고 말해도 운전자 구호 의무는 그대로
법원이 지적한 또 하나의 문제는 피해자가 어린 아동이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사고 직후 B군이 "괜찮다"고 말했다 하더라도, 11세 아동이 자신의 부상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운전자는 피해자가 다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에 데려가거나 보호자에게 연락처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만 했다. 이러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행위는 도주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고령·형사 공탁 등 참작
법원은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A씨가 82세의 고령인 점, 범행을 인정한 점,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피해자를 위해 형사 공탁을 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이 모두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 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