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든 침입자 찔러 죽였는데" 25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된 '공릉동 사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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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든 침입자 찔러 죽였는데" 25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된 '공릉동 사건'의 진실

2025. 06. 27 12:4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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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만취 군인이 민가 침입해 여성 살해

동거남 격투 끝에 반격

1990년 사례 이후 25년 만에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 공릉동 살인사건을 다시 짚어봤다. /셔터스톡

2015년 9월 새벽 5시, 서울 공릉동의 고요한 주택가를 경찰차 사이렌이 요란하게 갈랐다. 한 가정집에서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 A씨와 만취한 군인 B씨. 유일한 생존자는 집주인이자 숨진 여성의 동거남 C씨였다.


일면식도 없던 군인의 기습 침입

사건의 전말은 충격적이었다. 박민희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2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만취한 군인이 열려 있는 현관문을 통해 C씨의 집에 들어와 부엌에서 흉기를 꺼내 안방에서 잠자던 여성 A씨를 찔렀다"고 설명했다.


그 비명에 남성 C씨가 방에서 뛰쳐나왔고, 격투가 벌어졌다. C씨는 싸움 끝에 군인의 흉기를 빼앗아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군인이 사망했다.


세 사람은 서로 일면식도 없었다. 단순히 우발적인 주거침입과 살인 범죄였지만, 결과는 예비부부의 행복한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25년 만에 인정된 정당방위 "1990년 이후 첫 사례"

이 사건은 법조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형법 제21조상 정당방위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형법상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현재성', '부당성', '상당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침해가 실제로 진행 중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침해여야 하며, 그 침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만 방어가 인정된다.


공릉동 사건은 1990년 사례 이후 25년 만에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가 되었다.


2년간 수사 끝에 내린 결론 "생명 방어 목적의 반격"

검찰은 이 사건을 2년 가까이 수사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 CCTV, 혈흔 패턴, 디지털 포렌식, DNA, 거짓말탐지기 결과 등을 분석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당시 C씨는 자신의 예비신부가 흉기에 찔려 쓰러진 상황에서, 가해자가 그 칼을 들고 본인에게도 달려드는 위협에 직면했다. 그 순간 도망치거나 도움을 요청할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없었다.


방어 행위 자체도 과잉 보복이 아니라 생명 방어 목적의 반격으로 인정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나 흉기의 상처 방향, 혈흔 패턴 등에서도 C씨가 칼을 뺀 직후 짧은 격투 속에서 발생한 상처라는 점이 확인됐다.


'도둑 뇌사 사건'은 왜 달랐나

하지만 모든 경우에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4년 '도둑 뇌사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는 주택에 침입한 절도범을 집주인이 제압했다. 그런데 도둑이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꽉 누르거나 때리는 과정에서 뇌사에 빠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법원은 이를 정당방위로 보지 않았다. "당시 도둑이 이미 제압된 이후에도 폭행이 계속됐고, 그것이 상해치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박 변호사는 "정당방위의 요건 중 하나인 '급박한 침해 상황'이 이미 끝났다고 본 것"이라며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이게 왜 유죄냐'며 형사법 해석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정적 차이는 "위협의 현재성" 제압 후 폭행은 보복

두 사건의 차이는 명확했다. 공릉동 사건에서는 군인이 여성을 살해한 직후 칼을 들고 C씨에게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즉각적 대응이었다. 위협이 현재진행형이었고, 극심한 공포·혼란 속에서 나온 반격이었다.


반면 도둑 뇌사 사건은 이미 도둑이 여러 명에게 붙잡혀 제압된 상태에서 계속된 누름·폭행으로 뇌사에 이른 것으로 판단됐다. 법원은 "더 이상 급박한 위협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다.


"2년간 살인 피의자 신분" 정당방위 인정까지의 고통

공릉동 사건의 C씨는 구속은 면했지만, 2년 가까이 '살인 피의자 신분'으로 살아야 했다. 수시로 검찰·경찰의 조사 요청에 응해야 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사실 확인도 없이 범인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정당방위라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무려 2년 가까이 수사가 이어졌고, 그 시간 동안 C씨는 자신의 예비신부도, 명예도, 삶도 잃은 셈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급박한 위협인지 판단하고 필요한 만큼만 방어해야

박 변호사는 정당방위 상황에서의 대처법에 대해 세 가지 조언을 제시했다.


첫째,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즉각적인 위협인지'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가 무기를 들고 있거나 내 생명·신체에 실제로 위해를 가하고 있는 중이라면 방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둘째, 방어는 필요한 만큼만 해야 한다. 맨손으로 밀친 상대에게 흉기로 대응했다면 정당방위가 아닌 폭행치상으로 판단될 수 있다.


셋째, 상황 직후에는 당황하지 말고 정확히 진술하고, 법적 조력자를 구해야 한다. 수사 초기 진술이 정당방위 판단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공릉동 사건은 25년 만에 정당방위가 인정된 이례적 사례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의 정당방위 기준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보여준다. 생명을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서도 법적 기준을 충족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따른다는 현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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