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엉덩이 접촉 장면에도 ‘무죄’…법원 “고의 단정 못 해”
[단독] 엉덩이 접촉 장면에도 ‘무죄’…법원 “고의 단정 못 해”
'공중밀집장소 추행' 혐의
법원은 왜 유죄 의심에도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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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2025년 10월 1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4고단732).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한 카지노에서 다이사 이 게임을 관전하던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져 추행했다는 혐의였다.
사건은 2023년 8월 27일 새벽 1시 20분경, 카지노 내의 C D 구역에서 발생했다.
검찰은 A씨가 다이사이 게임을 관전 중이던 피해자 E씨(가명, 여, 32세)에게 접근해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 부분을 만져 추행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이루어진 추행이라는 것이다.
CCTV에 담긴 의문의 행동: '엉덩이 고정 시선'이 아니었던 이유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E씨는 A씨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면서 '손으로 엉덩이 가운데 부분을 밑에서부터 쓸어 올리는 느낌으로 만졌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또한, 사건 당시의 CCTV 영상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몇 가지 정황을 포착했다.
A씨가 옆으로 돌아가는 비교적 넓은 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다른 남성이 서 있는 좁은 공간 사이로 굳이 지나갔다는 점이 의심을 키웠다.
나아가, 행위 직전에 A씨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까지 확인되어, A씨가 추행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만진 것은 아닌지 강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재판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추행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만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명확히 밝혔다.
지체장애라는 '특수한 사정', 무죄를 이끌어낸 결정적 방어 논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 쟁점은 '추행의 고의성'이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하며, 만약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적용되었다.
법원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추행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근거는 다음과 같은 A씨의 특수한 사정들과 현장 정황이다.
- 피고인의 신체적 특성: A씨는 지체(하지 기능) 심한 장애가 있는 상태였다. 이 장애로 인해 보행할 때 절뚝거리며 걷고, CCTV 영상에서도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 시선 고정의 모호성: A씨가 행위 전에 고개를 숙이기는 했으나, 법원은 그 시선이 피해자의 엉덩이로 고정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상황적 개연성: A씨와 피해자 모두 다이사이 게임의 전광판을 응시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 서 있었다. A씨는 피해자를 지나가면서도 해당 전광판을 계속하여 바라보고 있었다.
- 이동의 목적: A씨는 피해자 앞쪽으로 빈자리가 생겨 그 자리에 앉기 위하여 앞으로 지나가는 과정에서 이 사건 행위가 발생했다.
- 다른 남성 접촉: 결정적으로, A씨는 피해자를 지나친 직후에도 보행하며 팔로 피해자 앞에 있던 다른 남성을 건드렸다. 이 남성 역시 피고인을 쳐다보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이는 A씨의 절뚝거리는 보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접촉이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A씨가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추행하려 했다는 '고의'를 입증하는 데 검찰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유죄의 의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형사 사법의 원칙 재확인
결국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카지노라는 공중 밀집 장소에서 발생한 성추행 의혹 사건이었으나, 피고인의 신체적 제약과 현장의 복잡한 정황이 얽혀 '추행의 고의' 입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CCTV 영상에 일부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었더라도,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의 엄격한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