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다" 중개사 말 믿었다가…신탁부동산의 덫
"상관없다" 중개사 말 믿었다가…신탁부동산의 덫
신탁 동의서 없는 월세 계약, 보증금 잃을 수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별거 아니에요, 크게 상관없는 사항입니다." 공인중개사의 이 한마디만 믿고 월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알고 보니 해당 부동산은 '신탁 등기'된 물건으로, 임대차 계약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던 것. 계약 해지는 가능한지, 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지 법률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봤다.
'상관없다'는 말 한마디의 배신… 발목 잡힌 세입자
작년 분리형 원룸에 2년 월세 계약을 체결한 A씨. 개인 사정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던 중,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자신이 살던 집이 신탁 등기된 부동산이라는 사실이었다.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의 '을구'가 깨끗한 것만 확인했을 뿐, '신탁'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그 위험성도 알지 못했다. 공인중개사는 "크게 상관없는 사항"이라며 설명을 간단히 넘어갔다.
하지만 뒤늦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신탁 부동산 임대차 계약 시에는 신탁회사의 동의서가 필수적이었다. A씨는 동의서를 받지도, 관련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신탁 물건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막막한 상황에 부닥쳤다.
계약 해지, 가능할까? 변호사들 '선요구 후해지' 조언
A씨는 당장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즉각적인 해지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무법인 뿌리깊은나무 김영삼 변호사는 "우선 임대인에게 신탁회사로부터 임대차동의계약서를 받아 줄 것을 청구한 후 상당한 기간(2~3주) 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비로소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랜드로 심유진 변호사와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 역시 먼저 임대인에게 신탁 동의서를 요청하고, 거부당할 경우 계약 해지를 진행하라는 동일한 의견을 냈다.
다만, 법무법인 창세 장혜원 변호사는 "신탁회사의 동의 없는 계약은 대항력이 없고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며 "이를 알았더라면 계약하지 않았을 정당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또는 중대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해 법적 다툼의 여지를 남겼다.
보증금 떼이면? '설명의무 위반' 중개사에 책임 물을 수 있어
만약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면, '괜찮다'고 말했던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모든 변호사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중개사는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는 "신탁부동산의 임대차계약 시 신탁원부를 제시하고, 신탁 관계 및 임대 권한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중개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특히 법무법인 한일 이환진 변호사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넘어간 것은 명백한 설명의무 위반일 수 있다"며 "만약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중개사와 중개사 보증보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유진 변호사 역시 공인중개사가 가입한 공제사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