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신고 전 돌아가신 아버지 통장에서 예금 인출했다면⋯무슨 죄일까?
사망 신고 전 돌아가신 아버지 통장에서 예금 인출했다면⋯무슨 죄일까?
다른 상속인이 형사고소하면⋯횡령죄 또는 사문서 위조죄, 사기죄 등 적용 가능

유품을 정리하다 아버지 명의의 은행 통장을 발견한 A씨는 그 안에 있던 돈을 인출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 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이 행동이 나중에 문제가 됐다. /셔터스톡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A씨. 유품을 정리하다 아버지 명의의 은행 통장을 발견했다. 이 통장을 이용해 그 안에 있던 돈을 인출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했다.
그런데 이 행동이 나중에 문제가 됐다. 상속 문제로 가족 간 다툼이 발생했고, 다른 상속인이 A씨가 사망한 아버지 통장에서 인출한 것을 문제 삼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인출한 예금을 상속세 과세표준에 포함해 신고한 상태다. 또한, 상속재산분할 재판의 재산목록에도 포함시켰다. 은행에서 뺀 돈이 '자기 몫의 상속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단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A씨. 만약 처벌을 받게 된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알고 싶다며 변호사 도움을 구했다.
사안을 검토해 본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안심의 강문혁 변호사는 "형법상 횡령죄 성립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며 "횡령의 고의가 없었음을 다퉈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횡령죄가 성립 요건 중 하나인 '고의'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는 것'을 말한다.
강문혁 변호사는 "A씨가 무혐의를 받으려면 횡령의 고의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고의 없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만약 고소를 당한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형사적으로 횡령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라며 "단순히 '예금인출 행위가 죄가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어떤 방법으로 아버지 예금을 인출했는지에 따라 사문서 위조죄, 사기죄, 컴퓨터이용사기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는 "예금인출 방법에 따라 A씨에게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진다"며 "A씨가 은행에 방문해 아버지 명의로 출금청구서를 작성해 돈을 찾았다면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와 사기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또 "A씨가 그와 같은 서류작성 없이 현금카드나 체크카드 등으로 예금을 인출했다면 컴퓨터이용사기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도 "사망신고 전에 망인의 명의를 이용해 예금을 인출했다면 사문서위조 등의 형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예금 인출 후 A씨가 취한 조치로 인해 형사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설현섭 변호사는 "A씨가 실제로 인출한 예금을 말한 것처럼 처리했다면 형사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씨가 죄가 되는 줄 모르고 예금을 인출했다가, 이를 상속세 과세표준에 포함해 신고하고, 상속재산분할 재판의 재산목록에도 포함시킨 것이 처벌 수위를 낮추는 요소가 된다는 취지다.
설 변호사는 "구체적인 처벌 수위는 A씨의 전과 관계, 인출금액, 인출 후 행위 등을 종합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