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홀드' 착각에 10cm 전진, 특수폭행범 될 뻔한 사연
'오토홀드' 착각에 10cm 전진, 특수폭행범 될 뻔한 사연
주차 시비 중 차량 미세 이동…'고의성' 입증이 무죄 관건

주차 시비 중 오토홀드 착각으로 차가 10cm 전진해 '특수폭행' 혐의를 받은 차주가 고의가 없었다며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 입증을 다짐했다. / AI 생성 이미지
출근길 주차 시비 중 '오토홀드' 기능이 없는 차를 착각해 10cm 전진했다가 '특수폭행' 혐의를 받은 억울한 사연이다.
터무니없는 합의금 요구에 형사조정이 결렬되자, 차주는 정식재판을 통한 무죄 입증을 다짐했다.
법조계는 “고의가 없었음을 영상으로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약식명령 송달 후 7일이라는 '골든타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레이크서 발 뗐을 뿐인데…'특수폭행' 혐의의 시작
지난 2월, 직장인 A씨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출근을 서두르다가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상대방은 A씨의 차 앞을 막아섰고, A씨는 창문을 열고 비켜 달라고 소리쳤다.
문제는 그가 몰던 차가 자신의 차가 아닌, 오토홀드(정차 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멈춰있는 기능)가 없는 배우자의 구형 차량이었다는 점이다.
평소 습관처럼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순간, 차는 약 10cm 앞으로 스르륵 움직였다. A씨는 당시 차가 움직인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후진하여 자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경찰로부터 '특수폭행' 혐의로 진정이 접수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상대방이 “차가 다리에 닿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경찰 조사를 거쳐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는 A씨에게 “본인이 보기에도 차량에 부딛힌건 아닌거 같은데, 어쨌든 차량이 살짝 움직였으니 혐의없음으로 할수는 없고”라며 형사조정 절차를 제안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조정은 무산됐다. 결국 A씨는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를 다투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고의'냐 '과실'이냐, 법정에서 갈릴 운명
A씨 사건의 유무죄를 가를 핵심 쟁점은 단연 '고의성'이다. 자동차는 법적으로 '위험한 물건'으로 간주되어, 이를 이용해 사람을 위협하면 특수폭행죄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의적인 행위일 때 성립한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고의성을 충분히 다퉈 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특수폭행죄는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폭행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고의성이 없는 과실에 의한 차량 이동이 특수폭행의 고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호 변호사(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역시 “판례는 차량이 움직였더라도 폭행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특수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고의성 부정이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철호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출근시간에 급하다고 하더라도 앞을 막고 있는 상대방을 차량으로 부딪힌 점이 인정된다면 처벌될 수 있다”며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보여집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상대방이 차 앞에 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차가 움직였다면, 상해의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억울하다면 '7일' 안에 행동해야…'정식재판'의 길
전문가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식재판 절차를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검사가 벌금형을 구하는 '약식기소'를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약식명령'을 내리면, A씨에게는 7일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의 중요성에 대해 다수의 변호사들이 강조했다. 하진규 변호사는 “약식명령 통지를 받으신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셔야 한다”며 “이 기간을 놓치면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되므로 반드시 기간을 지키셔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기간 안에 법원에 정식재판 청구서를 제출해야만, 공개된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더라도 A씨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신현범 변호사(법무법인 율우)는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정식재판 절차에서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예: 벌금형 →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고, 벌금 액수를 증액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니다”라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설명했다.
A씨가 가진 블랙박스 영상이 고의가 아닌 '실수'였음을 증명할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