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사설 큐레이션> 역사적 남북미 정상 회동, 쇼로 끝나선 안 된다
<신문 사설 큐레이션> 역사적 남북미 정상 회동, 쇼로 끝나선 안 된다

조선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위에서 만났습니다. 정전협정 후 66년 만에 북한과 미국 정상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난 것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20걸음 걸어가 김 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다시 나란히 남쪽으로 건너와 자유의 집에서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습니다. 2·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4개월 만입니다. 북미 정상 간 대화를 전후로 문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남북미 정상의 3자 회동도 이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며 “지금껏 우리가 발전시킨 관계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잠깐이나마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땅을 밟고, 남북미 정상이 함께 만나고, 우리가 제공한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이 회담을 한 것은 모두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언론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66년 만에 그 역사적인 장소에서 이뤄진 남·북·미 정상의 만남에 대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매우 파격적이고 상징적이며, 세계인들에게 대한 많은 기대를 걸게 한다”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 “南北美 역사적 첫 DMZ 회동, 식어가던 대화 동력 살렸다”
동아는 “회동의 성사는 북-미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에 목말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가 필요했고, 김정은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새로운 국면 전환의 계기를 노리던 상황에서 ‘톱다운’식 정상 담판의 부활을 과시하는 이벤트가 필요했다”고 분석합니다.
신문은 “이번 회동으로 북-미는 하노이 결렬 이래 4개월 넘게 멈춰 서 있는 대화를 복원시켰지만 꺼져 가던 대화의 동력을 살려낸 것 외에 크게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며 “김정은은 여전히 미국에 ‘셈법 수정’을 요구했을 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선(先)비핵화’ 기조를 재확인했다”고 말합니다.
동아는 “이번 판문점 남북미 회동이 한반도 교착의 돌파구를 여는 실질적 계기가 될지, 아니면 시간을 벌고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현란한 쇼로 판명 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김정은이 한미 정상, 나아가 국제사회에 새로운 기대를 줬지만 이번에도 완전한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번 회동은 막간의 요란했던 이벤트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일보 “DMZ 남·북·미 정상 만남, 실질적 비핵화로 이어져야”
국민일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DMZ에서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난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비핵화 협상이 전격 재개된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신문은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며 이번 만남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가뜩이나 이번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미 언론도 이번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페인 전략의 하나라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은 아무리 의미를 부여해도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신문은 지적합니다.
국민은 “이번 회담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하다”며 “비핵화 시늉만 내면서 제재 해제를 유도해 핵과 경제 모두를 움켜쥐려 한다면 한·미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일경제 “南北美 정상 판문점 회동, 北비핵화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져야”
매일경제는 “즉흥적으로 이뤄진 회동인 탓에 ‘정치적 이벤트’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만남을 이뤄낸 유연한 태도가 더 기대를 갖게 한다”며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도 변화와 타협을 받아들이는 이런 자세를 유지한다면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에 얼마든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만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서둘러야 할 쪽은 북한”이라며 “유엔 결의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국제 경제제재를 북한이 비핵화 조치 없이 어느 일방과 협상으로 뚫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사설은 “한국전쟁 69주년을 맞아 매일경제가 실시한 통일에 관한 국민 여론 조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 77%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북한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경제제재 해제도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중앙일보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회동, 쇼로 끝나선 안 된다”
중앙일보는 “그간 남북은 물론이고 북·미 정상 간 양자 회담도 두 차례나 이뤄졌지만 이번처럼 한반도 평화에 직접 관련된 남·북·미 삼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유례가 없다”며 “부디 이번 삼자 회동이 꺼져가는 평화의 불길을 되살릴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중앙은 “우리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만남에 대해 내용 없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세 사람이 전 세계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부각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핵폭탄 하나, 미사일 하나 줄지 않았다. 북한의 핵 위협은 털끝 하나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고 말합니다.
신문은 “비록 이번 회동이 북·미 간 만남에 초점을 맞춰졌다 해도 문 대통령의 역할이 위축돼 보인다는 대목도 마음에 걸린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북한으로부터 따돌림받는 한국의 처지를 보는 것 같아 영 씁쓸하다”고 했습니다. 신문은 “어쨌든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면, 후세의 사가들은 이번 만남을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는 준엄한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 틀림없다”고 부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