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는 A집, 실거주는 B집 '이중계약' 세입자, 경매에 보증금 날릴 위기
전입신고는 A집, 실거주는 B집 '이중계약' 세입자, 경매에 보증금 날릴 위기
집주인 부부의 제안에 응했다가 보증금 1억3500만원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실거주와 다른 집에 전입신고한 세입자, 집이 경매에 넘어가자 보증금을 몽땅 잃을 처지에 놓였다.
2년 전 집주인의 솔깃한 제안을 믿고 실거주지와 다른 주소로 전세 계약을 맺은 한 세입자가 거주하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총 1억 3500만원의 보증금 전체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법적 보호의 최소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방이 더 크다" 집주인 부부의 위험한 제안
사건의 시작은 202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입자 C씨는 기존에 살던 A주택의 전세 계약(보증금 8000만원)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기묘한 제안을 받았다.
집주인 부부는 "A주택은 보증금을 1억 1000만원으로 올려 계약을 연장하고, 대신 바로 옆 B주택의 더 넓은 옥탑방에 살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B주택 거주에 필요한 보증금은 2500만원으로 별도 책정됐다. 심지어 "A주택으로 전입신고를 유지하고 보증보험도 들어주겠다"는 말에 C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기형적인 '이중 계약'은 공인중개사도 아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5년 9월, C씨가 살던 B주택에 인터넷이 고장 나 집주인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C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접했다.
B주택이 강제경매 절차에 들어간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A주택과 B주택의 집주인이었던 부부는 이혼한 상태였다.
법의 사각지대 '점유' 없는 A집, '전입신고' 없는 B집
문제는 C씨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치인 '대항력'을 A, B 두 주택 모두에서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항력은 임차인이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새로운 집주인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로, '주택의 인도(실제 점유)'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발생한다.
이충호 변호사(HB & Partners)는 "C씨의 경우 실제 거주하는 B주택이 아닌 A주택에 전입신고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두 주택 모두에 대해 법적인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주택은 전입신고는 되어 있지만 실제 살지 않아 '점유' 요건이 없고, B주택은 실제 살고는 있지만 '전입신고'가 되어있지 않아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경매 넘어간 B집 보증금 2500만원, "이사비가 최선"?
당장 경매가 진행 중인 B주택의 보증금 2500만원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에 가깝다.
대항력과 확정일자가 없어 경매 절차에서 보증금을 달라고 요구할 권리(우선변제권)가 없기 때문이다. 경매로 집을 낙찰받은 새 주인은 C씨의 계약을 승계할 의무가 없으며, C씨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낙찰자와의 명도 협상을 통해 이사비를 받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는 안타까운 조언이 나온다.
새 주인이 명도소송 등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점유자인 C씨에게 자발적으로 약간의 이사비를 쥐여주고 내보내는 것이 실무상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2500만원 보증금을 포기하고 수백만원의 위로금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
남은 1억1000만원도 위험 집주인·중개사 상대 소송이 유일한 길
더 큰 문제는 A주택에 묶인 1억 1000만원의 보증금이다.
비록 등기부상 깨끗하더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는 약점 때문에 이 역시 법적 보호를 장담할 수 없다. 심지어 가입했다는 보증보험조차 실제 거주 사실과 다를 경우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결국 법조계 전문가들은 C씨가 보증금을 되찾을 유일한 길은 '민사소송'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수진 변호사(더든든 법률사무소)는 "2500만원을 포기하고 이사비만 받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집주인 부부 모두를 상대로 한 전세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의 핵심은 이 기형적인 계약 구조를 만든 집주인 부부의 책임과, 이를 알면서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특히 계약 당시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공인중개사의 증언은 집주인들의 사기성(기망행위)을 입증할 '매우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C씨는 단기적으로는 B주택 낙찰자와의 명도 협상에 임하되, 장기적으로는 집주인 부부와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1억 3500만원 전액을 돌려받기 위한 힘겨운 법적 싸움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