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잠적·가압류된 집…전세보증금 1.3억, HUG 구제받는 법
집주인 잠적·가압류된 집…전세보증금 1.3억, HUG 구제받는 법
"만기 2개월 전 통보 못하면 전액 반환 어려워"
보증금 1.3억 사수 위한 임차인의 두 갈래 법적 사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4년 1월, 1억 3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고 보금자리를 마련했던 임차인 A씨의 악몽은 2025년 8월 시작됐다. 전세 만기가 2026년 1월 5일로 다가오자 계약 연장 여부를 묻기 위해 집주인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침묵 끝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A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압류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전세사기임을 직감한 순간, A씨의 눈앞을 가로막은 것은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금 반환 조건이었다. 보증금을 받으려면 만기 2개월 전인 2025년 11월 5일까지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해야 하는 '2개월 시한'이 그것이다.
내용증명은 '수취인 부재'로 반송됐고, 집주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통보 효력이 아닌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제시한다.
벽이 된 '2개월 시한'…'공시송달 노력' 기록으로 HUG 문턱 넘는다
A씨 사건의 최대 쟁점은 HUG가 요구하는 '만기 2개월 전 해지 통보' 요건이다.
집주인이 의도적으로 연락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법적 통지 절차인 공시송달은 효력 발생까지 2주 이상 걸려 주어진 시한(2025년 11월 5일)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통보 시도' 자체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원의 '송달 효력 발생일'이 아닌, 임차인이 '통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노력'을 증거로 인정해준다는 의미다.
서아람 변호사는 "HUG 실무에서는 공시송달 절차가 2개월 내 완료되지 않더라도, 내용증명과 공시송달을 성실히 진행했다는 기록만으로 퇴거의사 통보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윤준기 변호사 역시 "카카오톡 '읽음' 표시, 내용증명 발송 사실, 그리고 공시송달 접수 서류 등을 모두 모아 임대인의 회피 행위로 인해 절차를 밟게 된 경위를 상세히 소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A씨의 최우선 과제는 지금 즉시 법원에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신청하여 '통지 노력'의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HUG 보증금 1억 2200만 원의 향방이 이 서류에 달려 있다.
역전세 특약 '800만 원'…형식이 아닌 '돈의 실질'이 중요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는 보증금 1억 3천만 원 중 HUG 보증 대상이 아닌 800만 원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800만 원은 계약 당시 '역전세' 상황 때문에 보증금에 더해 집주인에게 보내줬던 금액이다.
문제는 계약서에 '임차인이 수리비로 부담하고 만기 시 집주인이 돌려준다'는 애매한 특약이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 문구 때문에 800만 원이 보증금의 일부인지, 단순히 수리비 상계 목적인지 불분명해졌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문구보다 돈의 실질적인 성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지훈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수리비용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단순히 역전세 상황에서 반환을 약정한 것이라면 보증금 일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계좌이체 내역과 반환 약정의 취지를 중심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준현 변호사는 "계좌이체 내역과 특약 조항 사본만으로도 소액청구소송 제기 근거가 충분하다"며, HUG 보증 절차와 별개로 진행하면 되고 기존에 보낸 내용증명 등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갈래 법적 대응, '신속한 증명'이 보증금을 지킨다
결론적으로 A씨는 총 1억 3천만 원의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두 갈래의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 HUG 보증금(1억 2200만 원): 지금 즉시 '의사표시 공시송달' 신청으로 2개월 시한에 대한 '통지 노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 별도 금액(800만 원): HUG 보증 절차와 별개로 소액청구소송을 통해 돈의 '실질'이 보증금의 일부임을 다투어야 한다.
보증보험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 해도, 사기꾼이 파놓은 절차적 함정을 피해 가기 위한 피해자의 고단한 증명 책임은 여전히 현실의 벽으로 남아 있다. 변호사들은 최아란 변호사의 조언처럼 "현실적으로 2개월 전까지 해지 통보를 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는 사례도 많다"며 신속한 절차 진행을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