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잘 끝났다는데… 무릎 수술 후 숨진 어머니, 부검서 드러난 진실
수술 잘 끝났다는데… 무릎 수술 후 숨진 어머니, 부검서 드러난 진실
변호사들 “병원의 예방 조치 소홀이 핵심 쟁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의 어머니는 허리 시술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무릎 연골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고 무릎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입원실에서 시작됐다.
화장실을 다녀온 어머니가 침대에 눕다가 근처 서랍장에 머리를 부딪혔고, 직후 심장마비가 찾아왔다. 응급처치로 잠시 의식을 찾았지만, 두 번째 심장마비가 덮쳤고 결국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을 거뒀다.
A씨와 가족들은 당연히 머리 부상을 사망 원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소견은 달랐다. “머리는 깨끗하고, 혈전이 생겨 심장과 폐가 응고된 것 같다”는 구두 소견이 전달된 것이다. A씨는 “수술과 연관된 의료사고는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머리 부딪혔는데 사인은 ‘혈전’…대체 무슨 일?
변호사들은 A씨 어머니의 사인이 ‘폐색전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폐색전증이란 다리 등 신체 깊은 곳의 정맥에 생긴 혈전이 혈관을 타고 이동해 폐동맥을 막아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김영호 변호사(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는 “무릎 수술과 같은 정형외과 수술, 특히 수술 후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은 폐색전증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라며 “의료진은 이런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즉, A씨 어머니의 사망은 머리 부상이라는 돌발 사고가 아니라, 수술 후 예측 가능한 합병증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민경 변호사(법무법인 도아) 역시 “이 사건은 머리 부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사인이 폐색전증으로 명확히 밝혀진다면, 사망 원인이 ‘수술 후 혈전 관리 소홀’이라는 의료과실에서 비롯됐음을 주장할 강력한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병원 책임 없나?…예측 가능한 위험 막았어야
핵심 쟁점은 병원이 예측 가능한 위험을 막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다. 법원은 의료진이 의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 수준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05도8980 판결 등).
이성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움)는 “수술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 수술 후 항응고제 투여, 압박스타킹 착용, 조기 보행 등 혈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병원이 이러한 표준적인 예방 조치를 소홀히 했다면 명백한 의료과실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병원 측의 반론도 가능하다. 김민경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항응고제 투여는 출혈 위험이 있어, 단순히 약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당시 환자 상태에서 약을 쓰지 않은 의료진의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억울함 풀려면?…의무기록이 모든 것의 시작
변호사들은 A씨가 법적 대응에 나서려면 증거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윤관열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이)는 “의료사고 여부는 시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며 “의료기록, 수술기록지, 간호기록 등 구체적인 자료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족이 취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크게 두 가지다. 소송보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직접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이푸름 변호사(이푸름 법률사무소)는 “사망 경위에 의문이 크다면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병원 기록 확보와 전문가 자문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진료기록 확보부터 소송까지 전 과정에 걸쳐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