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보다 화난 판사…구형량보다 센 '이례적 판결', 이런 사건에 나왔다
검사보다 화난 판사…구형량보다 센 '이례적 판결', 이런 사건에 나왔다
피고인의 거짓 반성, 사회적 공분 클 때
법원, 더 무거운 책임 묻는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검사의 구형을 뛰어넘는 판사의 선고는 흔치 않다.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사법부가 검찰보다 더 무거운 철퇴를 내리는 이례적인 판결은 어떤 경우에 나올까.
20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김강호 변호사는 "검찰의 구형이 재판부 판결의 상한선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 범행의 잔혹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등에서 재판부가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곤 한다"고 분석했다.
장애인 상대로 한 '선생님'의 배신
최근 울산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벌어진 학대 사건이 대표적이다. '선생님'이라 불리던 생활지도사 4명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행과 정서적 학대를 일삼았다.
김강호 변호사에 따르면, 생활지도사 A씨는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이유로 30대 장애인의 뺨을 때리는가 하면, 아무 이유 없이 20대 장애인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짓누르는 등 한 달간 60차례나 폭행했다. 다른 지도사들 역시 장애인들의 손가락을 꺾고 물건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자신의 기분에 따라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의 범행은 피해 장애인 중 한 명이 갈비뼈 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검찰은 주범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보다 높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른 공범들에게도 구형량과 같거나 더 높은 징역 2~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유 없이 기분에 따라 장애인들을 습관적으로 폭행하는 등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다"고 질타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당부의 말씀'이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장애인 인식과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피고인들이 낸 공탁금마저 피해자 보호자들이 엄벌을 요구하며 거절한 점도 양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만취 역주행' 사망사고
음주운전 역시 법원이 검찰보다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단골 소재다. 김해시 복지재단 소속 직원이었던 B씨는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1차 추돌사고를 낸 뒤, 단속을 피하려 시속 132km로 도주하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이 숨졌다.
김 변호사는 "B씨는 과거에도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B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1차 사고 후 도주하지 않았다면 참혹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과거 전력에도 동종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외에도 법원은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구형 6년→선고 8년)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11개월간 시신을 방치한 목사 부부(구형 15·12년→선고 20·15년) ▲소속 여교사를 스토킹한 중학교 교장(구형 6개월→선고 1년) 등 사건에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김 변호사는 "법정에서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책임을 회피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태도는 재판부의 엄중한 판단을 부를 수 있다"며 "사회적 공분이 큰 사건일수록 재판부가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더욱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