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 하고도 차별받은 '무기계약직'…법원 "정규직 임금으로 8800만원 지급하라"
같은 일 하고도 차별받은 '무기계약직'…법원 "정규직 임금으로 8800만원 지급하라"
"업무에 본질적 차이 없다"
회사 꼼수 규칙에 무효 선언

방송사 무기계약직 직원이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했는데도 임금을 적게 받은 것은 차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셔터스톡
2011년, 한 방송사에 프리랜서로 입사해 사업·행사 관련 업무를 시작한 A씨. A씨는 2년 뒤 전문계약직 사원이 됐고, 다시 2년 뒤에는 법에 따라 해고 불안이 없는 '무기계약직'이 됐다.
10년 넘게 한 부서에서 일하며 정규직 동료들과 똑같이 행사를 기획하고, 공개방송 연출까지 도맡았다. 하지만 A씨의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늘 정규직 동료들보다 적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A씨에게는 늘 '비정규직'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업무에 본질적 차이 없다"…차별 근거 무너뜨린 법원
A씨는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A씨는 "정규직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으니, 정규직 취업규칙에 따라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A씨는 정규직이 기획한 행사를 보조하는 등 단순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서류상의 직급이 아닌, A씨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에 주목했다.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민사부(재판장 박원철)는 A씨가 다수의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연출'로 참여한 사실을 인정하며, "정규직 사원들의 업무에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서류 위 '무기계약직', 법 앞에서는 '정규직'이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A씨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2015년 2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계약직으로 2년을 초과해 근무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재판부는 바로 이 시점에 주목했다. A씨가 무기계약직이 된 2015년 당시, 회사에는 무기계약직만을 위한 별도의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의 '계약직 운영내규'는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를 위한 규칙이었기에, 더 이상 A씨에게 적용될 수 없었다.
결국 법원은 "달리 정함이 없는 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2015년부터 A씨에게는 정규직 취업규칙이 적용됐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그 이후 부랴부랴 무기계약직을 위한 별도의 규칙을 만들었지만, 이는 이미 정규직 대우를 받게 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으로,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 일부를 뒤집고, "회사는 A씨에게 미지급 임금 8,822만 원과 그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부당한 차별에 대한 사법부의 준엄한 철퇴였다.
[참고] 광주고등법원 (전주) 2024나1168 판결문 (2025. 7. 3.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