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몰랐다" 무죄, 2심 "알 수 있었다" 실형…11억 코카인 운반 여성 엇갈린 판결
1심 "몰랐다" 무죄, 2심 "알 수 있었다" 실형…11억 코카인 운반 여성 엇갈린 판결
국민참여재판 1심 무죄 뒤집은 항소심
법원 "불법 가능성 인식하고도 용인"

11억 원대 코카인을 운반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여성이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11억 원대 코카인을 운반하고도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마약인 줄 몰랐다"는 주장은 2심 법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모든 일은 2023년 3월, 메신저로 날아든 낯선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월드뱅크 직원이라 소개한 B씨는 A씨에게 "당신 명의로 1050만 달러(약 146억 원)가 예치된 계좌가 있다"며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 돈을 찾으려면 은행 직원에게 줄 선물을 대신 전달해달라는 것이 조건이었다.
거액의 돈에 흔들린 A씨는 제안을 수락했다. B씨가 보내준 항공권으로 브라질 상파울루로 날아간 A씨는 그곳에서 C씨를 만나 서류 몇 장을 작성하고 문제의 캐리어를 건네받았다. 최종 목적지는 캄보디아였다.
인천공항 환승 중 드러난 왁스의 정체
A씨의 여정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멈춰 섰다. 캄보디아행 비행기로 환승하던 중, 세관 검사에서 A씨의 캐리어가 발목을 잡았다. 캐리어 안에는 제모용 왁스로 정교하게 위장된 코카인 5.7kg이 숨겨져 있었다. 시가 11억이 넘는 엄청난 양이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긴급 체포됐다.
법정에 선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캐리어 안에 마약이 들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A씨는 브라질에서 캐리어 내용물을 확인하려 했지만 C씨가 막아섰고, 이 과정을 메신저에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몰랐다" vs "알 수 있었다"…엇갈린 1·2심 판단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마약이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예상했다면 기록을 남기면서까지 내용물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시각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서류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향후 절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절차라고 믿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캐리어 내용물을 끝내 확인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불법적인 상황, 특히 마약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미필적 고의(어떤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심리 상태)'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