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이스피싱 가담하며 바디캠으로 녹화하나요?"...1억9천만원 편취 변명, 통했을까?
"누가 보이스피싱 가담하며 바디캠으로 녹화하나요?"...1억9천만원 편취 변명, 통했을까?
경매 업무라 바디캠 찼다
돌발상황·책임 공방 대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인천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하며 거액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피치료감호청구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한, 검사가 청구한 치료감호는 기각됐다.
A씨는 2024년 3월 13일경 카카오톡 닉네임 'C'를 사용하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현금을 회수하여 전달하는 일을 하면 일당 10만 원에 경비를 따로 지급해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하며 범행에 가담했다.
이로써 A씨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역할로 가담하여 조직원들과 사기 범행을 하기로 공모했다.
A씨가 가담한 조직은 범행 전체를 총괄하는 '총책', 내부 조직원들을 관리하는 '관리책',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콜센터' 또는 '유인책', 통신장비를 관리하는 '중계기 관리책', 그리고 피해금을 인출하거나 전달받는 '현금 인출 및 수거책' 등으로 구성되어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알지 못하도록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4회에 걸쳐 1억 9,600만 원 편취한 조직적 범행의 실체
A씨는 성명불상의 조직원과 공모하여 2024년 4월 11일경부터 2024년 4월 16일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4회에 걸쳐 피해자 3명으로부터 합계 1억 7,6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총 피해금액은 합계 1억 9,600만 원에 이른다. 구체적인 범행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2024년 4월 11일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D에게 전화를 하여 E저축은행 직원 등을 사칭하며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거나 기존 대출금 변제를 요구하는 거짓말을 했다.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A씨는 같은 날 11시 41분경 인천 남동구 경인로637 간석오거리역 6번 출구 인근에서 현금 1,0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H에게는 2024년 4월 12일경 I은행 직원, K저축은행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하며 대출이 가능하다거나 기존 대출 계약 위반을 주장하고 현금 지급을 요구하는 거짓말을 했다.
A씨는 같은 날 17시 20분경 의왕시 L에 있는 M 앞 도로에서 피해자를 만나 금융기관의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현금 2,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법정 공방: 고의성 부인과 '조현병 심신미약' 주장
피고인 A씨와 변호인은 법정에서 A씨가 부동산 경매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한 사실이나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A씨는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당근마켓 알바 구인 글을 보고 지원하여 연락이 왔고, 처음에는 부동산 경매대금을 배달하는 일이라고 들었으며, 건물 사진을 찍고 경매대금을 받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채용 지원 시 이력서를 쓰거나 대면 면접을 본 적이 없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한 사실이 없으며, 조직원들을 직접 만난 적 없이 매번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으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A씨는 단순히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일을 수행했을 뿐임에도 약 한 달 동안 매번 수당으로 적게는 25만 원, 많게는 55만 원까지 받아 총 약 300여만 원이 넘는 돈을 그 업무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였다.
이는 이전에 시급 만 원 정도의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A씨의 급여 수준에 비추어 과도한 금액이었다.
"보이스피싱 미필적 고의 충분히 인정된다"
법원은 A씨가 보이스피싱 범행 전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을 모두 알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이 사건 각 범행으로 나아간 것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의 채용 절차와 업무 방식이 일반적인 회사에 비하여 매우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거액의 금전 거래가 통상 계좌이체 방식으로 처리됨을 알면서도 분실 위험을 무릅쓰고 현금을 수거·전달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에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현금 수거 및 전달 시 조직원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하고, 가명을 사용하며, 수거한 현금에서 자신의 수당을 공제하는 등 일반적인 회사의 업무방식이라고 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한 점을 들었다.
피고인이 이전 급여 수준에 비추어 과도한 수준의 수당을 지급받은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적인 것일 수 있음을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미필적 고의의 증거로 삼았다.
"바디캠 영상은 불법 행위 책임 공방 대비용"
A씨와 변호인은 A씨가 현금을 수거하는 업무를 하면서 모자에 바디캠을 달고 가슴에 휴대전화를 달아 동영상을 켜 놓은 상태에서 업무 과정을 촬영한 것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에 피해자가 노상에 둔 현금을 수거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른 조직원에게 현금을 전달하는 등 경매 대금 등을 수거하거나 전달하는 업무를 한다고 보기에는 비정상적인 모습이 여러 차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는 조직원으로부터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지 말고 촬영한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나중에 "돈이 새면 증거 자료가 있어야 되니깐요"라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A씨가 본인의 업무가 적법하거나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현금수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 또는 공범과의 다툼이나 책임 공방에 대비하여 바디캠이나 휴대전화로 당시 상황을 녹화하였다고 봄이 자연스럽다고 해석했다.
"조현병 진단에도 심신미약 상태 아니었다"
법원은 A씨가 국립법무병원에 감정유치되어 조현병(F20) 진단을 받았고 이 정신질환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스스로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업무를 시작했고,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했으며, 받은 업무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행하면서 현금수거책 역할을 능숙히 수행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따라서 A씨는 당시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의 내용과 위법성을 판단하고 적법하게 행동할 수 있는 사리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을 갖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치료감호 청구에 대해서도, 이 사건 범행 당시 A씨가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장래에 심신미약 상태에서 다시 범행을 저지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출소 후 모친과 함께 지내며 치료를 받을 용의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기각했다.
추징 명령도 기각된 이유
검사는 A씨가 범행으로 취득한 수당 합계 175만 원의 추징을 구했으나, 법원은 A씨가 취득하였다고 인정한 금액과 압수된 현금의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점, 압수 시점이 범행 일자로부터 2일이나 지난 시점인 점, 압수된 현금 중 어느 부분이 범행으로 취득한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범죄로 취득한 물건인 '현금'이 전혀 특정되지 않아 형법에 따른 몰수나 추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추징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추징을 명하지 않았다.
"범행 완성에 결정적 역할, 죄책 무겁다"
법원은 A씨가 성명불상의 조직원과 공모하여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서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했으며, 분업적·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수성에 비추어 A씨가 이 사건 범행의 완성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므로 그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 각 범행으로 4명의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그 피해금액은 합계 1억 9,600만 원에 이르는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이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다만, A씨가 범행의 세세한 경위까지 모두 인식하면서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심신미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완전하지 못한 정신상태가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이전에 동종범죄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되었다.
[참고] 인천지방법원 2024고합624 판결문 (2025. 1. 9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