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땅에 웬 남의 건물?…섣불리 나섰다간 땅 뺏긴다
아버지 땅에 웬 남의 건물?…섣불리 나섰다간 땅 뺏긴다
상속받은 토지 위 타인 건물, '점유취득시효' 완성 시 소유권 상실 가능성

상속받은 땅에 타인 건물이 있을 경우, 섣부른 철거 소송은 '점유취득시효'로 땅을 잃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2006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에 낯선 이의 건물이 버티고 서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억울한 마음에 당장 철거 소송을 생각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땅의 소유권마저 잃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건물이 들어선 지 20년이 넘었다면 건물주가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해 역으로 토지 소유권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법적 조치보다 점유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속받은 땅위에 타인 명의 건물이 여러채
2006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토지를 상속받은 A씨. 상속 절차를 밟던 중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땅 위에 다른 사람 명의로 된 건물이 여러 채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건물들을 철거하고 토지 사용료(지료)를 받고자 법률 상담을 의뢰했지만, 변호사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었다. 최악의 경우, 땅을 되찾기는커녕 오히려 소유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해봄의 함영 변호사는 "지금 상황에서는 바로 지료청구 철거청구 하지 마시라(역으로 땅을 뺏기시는 분들 많습니다.)"며 섣부른 대응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타인의 토지를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한 자'는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데(민법 제245조), 이를 '점유취득시효'라고 한다. 만약 A씨의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부터 건물이 존재했고, 상속 시점 이전에 이미 20년의 점유 기간이 지났다면, 건물주가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법원은 상속을 '새로운 소유권 변동'으로 보지 않는다. IBS법률사무소 김정한 변호사는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이후 토지 소유자가 변경되면 그로부터 다시 20년의 점유가 필요하므로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어렵지만, 사안과 같이 토지의 상속은 소유권자의 변동으로 보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A씨가 상속받기 전에 시효가 완성되었다면, A씨는 건물주에게 대항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자주점주를 타주점주로 바꿔 점유취득시효 방지
그렇다면 A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전문가들은 소송에 앞서 건물주의 점유 상태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점유취득시효의 핵심 요건 중 하나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자주점유(自主占有)'다. 임대차 계약을 맺는 등 타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며 점유하는 '타주점유(他主占有)'는 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당장은 토지점유자들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우선 무상이나 저가로라도 임대차계약을 작성해둘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제안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건물주의 점유는 '소유의 의사가 없는' 타주점유로 전환되어 점유취득시효 주장이 원천적으로 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또 다른 방법은 내용증명을 보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점유취득시효를 방지하려면, 현재 점유자가 무단 점유 상태임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내용증명을 통해 철거 또는 지료청구 의사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경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점유 상태를 해소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내용증명 발송만으로는 시효 중단의 효력이 6개월만 유지되므로, 반드시 그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만약 점유취득시효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건물주에게 '법정지상권'이라는 권리가 인정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이 같은 소유자였다가 이후 소유자가 달라질 경우, 건물 철거 특약이 없었다면 건물 소유자가 계속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가 인정되면 건물 철거는 불가능하다.
다만, 땅을 공짜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토지 소유자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한 건물주에게 토지 사용료인 '지료'를 청구할 수 있다. 만약 건물주가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연체하면, 토지 소유자는 지상권 소멸을 청구한 뒤 건물을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이재희 변호사는 "최근 유사 사건을 수행하였고 철거 및 부당이득반환, 향후 실제 철거가 될 때까지 지료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라며, 건물 소유자들이 건물을 소유하게 된 경위부터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상속받은 땅의 권리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성급한 대응보다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 전문가의 정밀한 진단을 통해 단계별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