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미끼로 강도 지시한 10대 '배후' 구속… "증거 없다" 버티기 통할까
조건만남 미끼로 강도 지시한 10대 '배후' 구속… "증거 없다" 버티기 통할까
텔레그램으로 범행 지휘 혐의
경찰, 디지털 포렌식 및 공범 진술로 혐의 입증 주력

"현장에 없었다" 오리발 내민 10대 강도 설계자, 텔레그램 포렌식과 공범 자백에 덜미 잡혔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미성년자 조건만남을 미끼로 성인 남성을 유인해 금품을 강취하려 한 일당의 배후 지시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10대 피의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사주했음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디지털 증거 확보가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특수강도 및 강도상해 등 혐의로 10대 A군을 지난달 28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A군은 지난 8월 7일, 동네 선후배 사이인 B군 등에게 지시해 성인 남성 C씨를 모텔로 유인한 뒤 금품을 빼앗도록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10km 도주극 끝 덜미… 드러난 '얼굴 없는 지시자'
사건은 지난 8월 발생한 도심 추격전에서 시작됐다. 당시 B군 등 실행범들은 피해자 C씨를 모텔로 유인했으나, 업주에게 발각될 것을 우려해 C씨를 차량에 태워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차량이 정차한 틈을 타 탈출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해당 차량을 추격했다.
무면허 상태였던 B군은 경찰의 정지 명령에 불응한 채 10km가량을 도주하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서야 검거됐다. 경찰은 B군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우발적 범행이 아님을 인지했다. B군의 휴대전화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서 범행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A군의 존재가 포착된 것이다.
경찰은 B군을 구속 송치한 뒤, 확보된 진술과 메신저 내용을 토대로 A군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했다.
"시킨 적 없다" 혐의 부인… 법리적 쟁점은?
현재 A군은 "범행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직접 범행 현장에 있지 않았고,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현장에 없었더라도 형법상 '교사범'이 성립할 경우 실행범과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타인에게 범죄를 결의하게 하여 죄를 저지르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같은 죄책을 지기 때문이다. 만약 A군이 단순 지시를 넘어 범행 계획을 주도하고 수익 배분까지 관여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의율되어 더욱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수사의 성패는 A군의 지시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 확보에 달려 있다.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할 경우, 법원은 공범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의 일치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포렌식'이 스모킹건… 혐의 입증 자신
경찰은 A군의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확보된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공범 B군의 진술이 구체적으로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은 A군이 증거 인멸을 위해 텔레그램 메시지를 삭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압수된 휴대전화에 대한 정밀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대화 내용이 복구되어 구체적인 범행 지시 정황(시간, 장소, 방법 등)이 드러난다면, A군의 혐의 부인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교사 사실을 부인하더라도 범행 전후의 연락 내역, 피의자들 간의 관계 등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 경찰은 A군과 공범들 사이의 위계 관계 및 범행 전후 통화 내역 등을 보강 수사하여 혐의를 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A군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며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와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혐의 입증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