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앞두고 '1150만원' 통장 잔고, 써도 될까? 변호사 6인의 답은
개인회생 앞두고 '1150만원' 통장 잔고, 써도 될까? 변호사 6인의 답은
사기 피해로 빚더미 앉은 IT 종사자, '업무용 노트북' 구매 고민…법원, '재산 은닉' 판단 가능성 경고

개인회생 신청 시 통장 잔고는 변제액 기준인 '청산가치'에 반영된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개인회생 신청 전 통장 잔고 1150만원, '업무용' 노트북 구매는 괜찮을까?
5000만 원의 사기 피해로 빚더미에 앉게 된 IT 종사자 A씨. 그는 개인회생을 통해 재기를 꿈꾸지만, 통장에 남은 1150만 원이 발목을 잡는다. '이 돈, 회생하면 다 뺏기는 걸까? 당장 일에 필요한 노트북부터 사도 괜찮을까?' A씨의 고민에 법률 전문가 6인이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통장 속 1150만원, 당장 내는 돈 아니다…'청산가치'의 원칙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통장 잔고를 모두 빼앗길 것이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다. 변호사들은 이 돈이 당장 납부해야 할 돈이 아니라, 변제 계획의 기준점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민의홍 변호사는 "개인회생은 장래의 수익을 변제재원으로 하므로 원칙적으로 기존 재산을 처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통장 잔고 1150만 원은 A씨의 '재산'으로 목록에 오를 뿐이다.
이 재산은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라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장주 변호사는 "신청 시점의 통장 잔고는 법원이 '청산가치'를 판단할 때 반영되며, 채무자가 개인회생 기간 동안 변제하는 총액이 채무자의 재산(청산가치)보다 많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A씨는 3년간 갚는 돈의 총합이 최소 1150만 원보다는 많아야 법원의 회생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6개월치 생계비는 지킨다?…법 조문과 법원의 '온도 차'
물론 숨 쉴 구멍은 있다. 법은 채무자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면제재산' 제도를 두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6개월간의 생계비를 재산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할 길을 열어두고 있다. 1인 가구 기준 약 9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법 조문과 현실 사이에는 온도 차가 크다. 추은혜 변호사는 "1인 가구 기준 약 650만-700만 원 정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봤지만, 다수 변호사들의 의견은 더 보수적이었다. 이장주 변호사는 "법원 실무상 6개월분 전체를 면제재산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실제 개인회생 실무에서는 1~2개월분(약 150~300만 원) 정도만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현실을 짚었다. 정찬 변호사 역시 "보유한 예금 중 185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재산가치로 반영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예상 액수를 제시했다.
회생 직전 '업무용 노트북' 구매…'성실함' 증명의 시험대
그렇다면 남은 돈으로 업무에 필요한 고가 전자제품을 사는 건 어떨까. A씨처럼 IT 종사자에게 노트북은 생계 수단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회생 직전의 소비는 법원의 '성실성' 테스트를 받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찬 변호사는 "개인회생 직전 채무증대, 과소비는 법원에서 안 좋게 판단하는 요소이므로 고가의 가전제품 구입은 지양하는 게 좋다"고 잘라 말했다. 조수진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가 물품 구매는 법원에서 '재산 은닉' 또는 '낭비'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빚 갚을 돈은 빼돌리고 자신을 위해 썼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홍현필 변호사는 "IT 종사자의 경우 업무 수행에 필요한 노트북 등은 필수품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구매 목적이 업무 관련 필수품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회사 공지, 프로젝트 문서 등)를 잘 보관해두셔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추은혜 변호사 역시 "업무용이라도 과도한 사양의 제품은 문제 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변호사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회생 신청 직전 통장 잔고를 소진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재산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변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며, 이를 소비하는 행위는 '불성실'의 낙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민의홍 변호사는 "사기 피해로 채무가 증대되었다면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관련 자료를 채무증대사유 소명자료로 제출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채무 발생 경위를 투명하게 밝혀 법원의 신뢰를 얻는 정공법이 최선임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