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의 '실거주'를 확인하려면, 확정일자를 보고 우회적으로 아는 방법 밖에 없다?
집주인의 '실거주'를 확인하려면, 확정일자를 보고 우회적으로 아는 방법 밖에 없다?
갱신청구권 행사 못 한 세입자, 집주인 실거주 하는지 확인하려 주민센터 찾았더니
주민센터 "조회 권한 없다"⋯국토부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과는 달랐던 현장 목소리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로 임대차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A씨. 그런데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실거주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연합뉴스⋅네이버 지도⋅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원래 살던 전셋집에서 6년 만에 이사했다. 지난해 말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다. 임대차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려 했지만,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로 무용지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A씨는 집주인이 새로운 임차인(세입자)을 들였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국토부가 배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 따르면 전입세대 열람 또는 확정일자 열람 등을 통해 집주인이 실거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A씨는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집주인이 실제로 살고 있는지는 조회해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A씨 사연은 지난달 30일 SBS 보도로 세간에 알려졌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국토부가 허위 실거주로 세입자를 내보내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임차인 보호'를 대대적으로 내세웠던 것이 무색해져 버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책을 내놓은 국토부와 일선 주민센터의 말이 달랐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A씨 질문에 대해 서로 적용하는 법조가 달랐던 탓이다.
A씨가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해당 주민센터가 검토한 건 주민등록법이었다. 우리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14조는 전입세대 열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말 그대로 해당 주소지에 누가 살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류다.
그런데 이 시행규칙에 따르면, 이미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난 A씨의 경우 열람 권한이 없었다. 그러니 "해당 서류를 열람할 수 없고, 집주인이 실제로 살고 있는지 조회할 수 없다"는 주민센터 직원의 설명이 맞는 말이긴 했다.
반면, 지난해 임대차 3법 개정 직후 국토부가 발행한 해설집에는 '전입세대 또는 확정일자 열람'을 통해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왜 국토부는 확인할 수도 없는 정보를 임차인들에게 이용하라고 권했던 걸까?
1일 국토부 관계자는 로톡뉴스의 질문에 "계약 기간이 만료된 임차인에게 주민등록법상 전입세대 열람 청구 권한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계속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측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라는 게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통한 확정일자 열람권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은 갱신 청구를 거절당한 임차인이 주민센터나 등기소, 법원과 같은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임대차 계약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었다(제6조 제1항). A씨처럼 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계약 기간이 만료된 임차인도 자신이 살았던 곳의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름 ▲확정일자 부여일 ▲임대차 보증금과 월세 ▲임대차 기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일 전월세 신고제가 전면 시행되고, 신고와 동시에 확정일자가 자동 부여되는 만큼 제도 실효성은 늘어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조항을 토대로 보면 "집주인이 진짜 그 집에 살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 말고 다른 임차인이 살고 있나"는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A씨처럼 임대차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람은 전입세대 열람을 요구하는 대신 확정일자를 열람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임대차 3법도 어느덧 제도 시행 10개월 차를 맞았다. 국토부가 앞다퉈 법령을 개정하고 해설집까지 내놨지만 현장의 혼선은 여전했다. 그런 가운데 시민들은 몸소 실전을 겪으면서, 성글게 만들어진 법 제도 공백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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