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간병휴학" 3억 청구…효자의 눈물, 법의 벽은 높았다
"고3때 간병휴학" 3억 청구…효자의 눈물, 법의 벽은 높았다
수십 년 부친 부양 후 이복남매에 소송…변호사들 "사전 합의 없었다면 과거 부양료 인정 쉽지 않아"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돌본 아들이 이복남매에게 3억 원의 부양료 소송을 준비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초등학생 때부터 아픈 아버지를 돌보고 고교 시절엔 '간병 휴학'까지 감행했던 아들이 수십 년간 부친을 외면한 이복남매를 상대로 3억 원의 부양료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효행상 표창장까지 받았던 그의 기나긴 헌신에도, 법률 전문가들은 감정적 호소만으로 법의 냉정한 벽을 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증거'와 '법리'에 기반한 냉정한 접근을 주문했다.
"내 학창시절은 아버지 병상 옆이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이복형(50세)과 누나(52세)가 부친에 대한 부양 책임을 방치했다고 주장한다.
그가 홀로 아버지를 돌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1년간 '간병 휴학'을 하며 아버지를 수발했다.
그의 효심은 인천 남동구청장 표창장(모범구민상)으로 이어졌고, 병원 역시 그를 유일한 보호자로 인정했다. 그는 이런 기록들을 근거로 자신의 간병 기간 9년(108개월)에 대한 노동 가치를 월 390만 원으로 산정해 총 3억 원을 이복남매에게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부양료, 원칙적으로 인정 안 돼" 냉혹한 판례
하지만 그의 절박한 사정과 법의 판단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과거 부양료 청구의 어려움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형제 중 일방이 부모를 부양했더라도 사전에 다른 형제에게 비용을 청구했거나 합의한 적이 없다면 과거 부양료 청구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특히 의뢰인이 산정한 노동 가치에 대해 "간병 노동 가치를 임의로 산정해 청구하는 것은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낮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 역시 "과거 부양료(상환) 청구는 원칙적으로 ‘부양 이행을 요구했는데도 불이행한 이후’ 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제한되는 경향이 있어, '초6~고3 포함 장기간 전부'를 그대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전액 인용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영수증 없는 싸움, '법원 명령'은 만능일까?
오래된 지출 내역에 대한 영수증이 없는 것은 소송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림 서영은 변호사는 "직접 영수증이 없더라도 소송 진행 중 사실조회·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문서송부촉탁 등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이나 병원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은 실무상 활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 방법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전종득 변호사는 자료 보존 기간 문제를 지적하며 "다만 '생전 10년치'는 보존 기간 한계가 큽니다. 진료기록부 10년이 원칙이지만,의료법시행규칙_제15조(진료기록부 등의 보존) 방사선 영상 5년, 진단서 부본 3년, 요양급여 계산서·영수증 부본은 통상 5년 보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법원을 통하더라도 10년치 모든 기록을 온전히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소송 구조 신청부터"…현실적 전략은?
소송에 드는 비용 또한 주거급여 수급자인 그에게는 큰 부담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소송구조 신청은 민사소송법 제128조에 따라 가능하며, 주거급여 수급자이신 경우 요건 충족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법률 지원 제도를 활용할 것을 안내했다.
신은정 변호사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청구 금액의 현실적 기준을 재검토하시고, 소송구조 신청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보세요"라며 현실적인 목표 설정과 절차 진행을 강조했다.
결국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은, 그의 억울함과 별개로 법적 다툼은 철저히 입증 가능한 '비용'과 '분담 범위'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며, 감정적 호소를 넘어선 냉정한 법적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