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로맨스스캠+검사 사칭”…94억 뜯은 ‘보이스피싱 제국’
딥페이크+로맨스스캠+검사 사칭”…94억 뜯은 ‘보이스피싱 제국’
"만나려면 인증비 낼까?"
딥페이크, 로맨스스캠 등 진화된 수법에 110명 희생

대전지검 홍성지청 전경 / 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캄보디아와 태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약 94억 원을 갈취한 대규모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국내로 송환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치밀한 조직력과 진화된 수법으로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속여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은 총책 B씨(조선족, 인터폴 적색 수배)가 운영한 이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 A씨(25) 등 53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구속 기소된 인원 중 45명은 캄보디아 현지 이민 당국에 구금되어 있다가 지난달 18일 국내로 송환된 이들이다.
94억 갈취한 '기업형 국제 조직'의 실체와 범죄 수법
조직 구성과 역할 분담: 총책-하부총책-실장-팀장까지 200명 규모의 철옹성
이 범죄조직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캄보디아와 태국 등 동남아에 거점을 두고 활동했다. 조직원 규모만 200여 명에 달하며, 총책부터 하부총책, 실장, 상·하급팀장, 피싱팀 등으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춘 기업형 형태다.
피해자를 직접 상대하는 '피싱팀'은 역할이 더욱 세분화되어 운영되었다.
채터(Chatter): 피해자를 유인하는 역할
TM (Tele-Marketer): 전화 유인을 맡은 역할
킬러 (Killer): 피해금 입금을 유도하는 역할
팀장: 수법 교육과 실적을 관리하는 역할
특히 이들은 동남아 현지 다른 조직에 조직원을 파견하여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을 학습하게 하는 등 범행 수법을 끊임없이 진화시켜 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지역 지인 다수가 조직에 가담하는 경우 1명당 600달러를 지급하는 '다단계 모집' 정황까지 확인되어 조직의 유지 및 확대에 주력했음이 드러났다.
피해 규모와 범행 수법: 총 110명, 94억 원을 노린 4가지 사기
이들은 110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94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수법은 로맨스스캠, 검사 사칭 등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 로맨스스캠: 27억 3천만 원 갈취 소개팅 앱에서 딥페이크 사진과 여성 조직원의 목소리를 이용해 남성을 현혹한 뒤 "만나려면 사이트 인증 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챙겼다.
- 검사 사칭 전화금융사기: 60억 1천만 원 갈취 신용카드 발급 중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속여 불안감을 조성한 뒤 검사를 사칭하여 금원을 편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 코인 투자 사기: 4억 7천만 원 갈취 소규모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될 것처럼 속여 피해자를 유인한 뒤 가짜 코인을 지급하는 투자 사기 행각을 벌였다.
- 관공서 노쇼 사기: 1억 8천만 원 갈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행세를 하며 상점에 대규모 발주를 넣을 것처럼 접근한 뒤 특정 업체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94억 갈취는 단순 사기가 아닌 '범죄단체 활동'으로 처벌된다
이 사건은 단순히 사기죄를 넘어, 범죄단체를 조직하여 활동한 중대범죄로 평가된다. 검찰은 범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위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외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피해액 94억 원: 특경법 적용으로 가중 처벌의 칼날
피해액이 약 94억 원에 달하므로, 일반 형법상 사기죄가 아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이 적용된다. 특경법은 사기로 인한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며, 이처럼 50억 원 이상의 이득을 취한 경우 법정형이 매우 높게 규정되어 있다. 이는 죄형균형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이득액 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중요한 법적 쟁점이 된다.
보이스피싱 조직: 대법원도 인정한 '형법상 범죄단체'
총책부터 하부총책, 실장, 팀장 등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명확한 위계질서와 역할분담 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위계질서와 통솔체계를 갖추었다면 형법상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
따라서 조직원 53명에게는 사기죄 외에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죄가 별개로 성립할 수 있으며, 이 두 범죄는 보호법익이 달라 목적된 범죄인 사기죄에 흡수되지 않고 실체적 경합범으로 모두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각 조직원이 맡은 역할과 가담 정도에 따라 형사책임이 달라지는 중요한 법적 판단 근거가 된다.
신종 수법과 자금세탁: 통신사기피해환급법까지 적용
검찰은 피해 방지 및 엄중 처벌을 위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이 법은 형법상 사기나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변종 보이스피싱까지 처벌하기 위해 신설되었으며, 조직원 명의의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 89개에 대한 지급정지 등 동결 조치도 이루어졌다.
이는 범죄수익 은닉 및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로, 향후 범죄수익 환수 및 피해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총책 검거를 위한 '인터폴 적색수배'와 국제 공조
검찰은 조직의 총책 B씨의 신원을 특정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했다.
현재 법무부와 함께 '보이스피싱 범정부 송환 TF'를 통해 총책의 신병 확보를 적극 추진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과 공범의 해외재산까지 끝까지 추적해 범죄 수익을 환수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총책 검거를 위해 대검찰청·법무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조직범죄에 대한 철저한 법적 단죄와 함께,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까지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