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뱉은 '창녀' 욕설, 성범죄 낙인찍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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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뱉은 '창녀' 욕설, 성범죄 낙인찍히나

2026. 04. 24 10:2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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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목적 없었다' 항변… 법조계 "무죄 쉽지 않다"

미성년 성폭행 2차 가해에 분노해 성적 욕설을 한 남성이 통신매체 이용음란죄로 기소됐다. / AI 생성 이미지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분노해 “병X창녀” 등 성적 욕설을 퍼부은 남성. 통신매체 이용음란죄로 약식기소되자 '성적 목적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과연 그의 ‘정의감’은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이 말하는 무죄 가능성과 현실적 전략을 짚어봤다.


'정의감의 폭주'가 '성범죄'로…사건의 전말


사건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시작됐다. A씨는 한 이용자가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를 조롱하는 메시지를 올리자 격분했다.


그는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여성이란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가해자 성기 엄청 컸나보네”, “강간남한테 보x팔면서 지능도 같이 팔아버린거야?”, “병x창녀” 등 입에 담기 힘든 성적 욕설을 쏟아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적 욕망이나 심리적 만족감을 충족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검찰은 그를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벌금형을 내렸다.


법원에 반성문까지 내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A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대로 합의하고 사건을 끝낼지, 아니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정식재판에서 무죄를 다툴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성적 목적' 없었다? 법원은 왜 안 믿나


A씨가 무죄를 주장하는 유일한 희망은 ‘성적 목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목적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A씨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게이트 정덕 변호사는 “목적의 판단은 행위자의 진술보다 표현 내용의 노골성, 대상자 지정 여부, 송신 경위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하여 이루어지므로, 분노에서 비롯된 욕설이라는 주장만으로 무죄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행위의 동기보다는 표현의 수위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 역시 “성적 욕망이 반드시 성욕의 자극이나 만족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의도도 포함하기 때문”이라며 A씨의 분노 표출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합의하면 무죄 주장 불가? '모순'인가 '전략'인가


A씨를 혼란스럽게 하는 또 다른 지점은 ‘합의 후 무죄 주장이 가능한가’이다. 이 쟁점을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정식 재판 시 합의 후 무죄를 주장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되는 바, 그럴 경우 무죄 판결을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합의 행위가 곧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들은 법리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변호사오동근법률사무소 오동근 변호사는 “합의는 양형 자료이고 무죄 주장은 법리적 다툼이므로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면서도 “실무적으로 합의를 하면서 동시에 무죄를 주장하면 법원이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적으로는 가능하나 재판부의 심증에는 불리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뜻이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합의나 공탁 이후 다수 무혐의나 무죄판결을 제가 직접 받아 보았다”며 합의와 무죄 주장을 병행하는 전략이 실효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위험한 도박'이냐 '현실적 타협'이냐…최선의 수는?


그렇다면 A씨의 최선책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무죄라는 ‘위험한 도박’보다 합의를 통한 ‘현실적 타협’에 무게를 뒀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피해자와 합의를 하여 선고유예를 목표로 두는 것”이라며 “선고유예가 나온다면 전과가 남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나우 김시완 변호사 역시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추후 민사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의 과정에 있어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부제소합의(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합의) 조항을 포함하는 등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구체적인 조언을 더했다.


결국 A씨의 사건은 발언의 수위가 매우 높아 무죄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억울함을 호소하며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처벌 수위를 낮추고 추가적인 법적 분쟁을 막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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