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후 사기 기소…변호인은 유죄인정, 다른 전문가들은 '절대 안돼'
파산 후 사기 기소…변호인은 유죄인정, 다른 전문가들은 '절대 안돼'
'유죄면 파산 면책도 헛수고'…연쇄 고소 막으려면 끝까지 싸워야

사업 실패로 파산한 A씨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 AI 생성 이미지
10여 년간 운영하던 사업이 무너져 파산 선고까지 받은 A씨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신의 변호사는 실형을 피하기 위해 유죄 인정을 권했다.
그러나 다른 법률 전문가들은 '유죄 판결 시 어렵게 받은 파산 면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다른 채권자들의 연쇄 고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무죄를 목표로 한 적극적인 법적 다툼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업 살리려 했을 뿐'…파산 뒤 덮친 사기 혐의
2009년부터 10년 넘게 사업체를 운영해온 A씨의 노력은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침체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2022년 12월 개인 파산을 신청, 이듬해 3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막대한 채무를 법적으로 정리하고 새 출발을 앞둔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 거래처가 채권을 받지 못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한 차례 불송치 결정을 받으며 혐의를 벗는 듯했지만, 고소인의 이의신청에 이은 보완 수사 끝에 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제가 고소인에 사기를 칠 생각이 없었다는 것 입니다. 그게 진실이고 다만, 사업을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의지에서 조금 더 사업을 끌어갔던 것이 이제는 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 입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사는 '유죄 인정', 의뢰인은 '결백 주장'…엇갈린 해법
A씨를 더욱 막막하게 만든 것은 자신을 변호해야 할 법률대리인의 조언이었다. 변호사는 실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삶에 전과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 소망과 더불어, 유죄 판결이 불러올 파장을 깊이 우려했다. 그는 “추후 다른 채권자들의 연쇄 반응때문에서라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한 건의 유죄가 다른 채권자들의 줄소송 도화선이 될 것을 걱정했다.
'유죄 인정하면 파산도 헛수고'…전문가들의 강력한 경고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우려가 현실이며, 유죄 인정은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법무법인 경천의 김명수 변호사는 “이 사건이 유죄로 될 경우 나른 채권자들도 모두 사기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어렵게 진행된 파산면책이 모두 헛수고가 됩니다”라고 단언했다. 사기죄와 같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채무는 파산 절차를 통해 면책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서평의 장진훈 변호사 역시 “불법행위채권은 면책이 되지 않습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566조). 사기죄의 무죄를 받을 필요성이 있습니다”라며 무죄 주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죄 판결은 해당 채무를 평생 갚아야 하는 족쇄로 남길 뿐만 아니라, 다른 채권자들에게 'A씨는 사기꾼'이라는 법적 근거를 쥐여주는 셈이 된다.
'사업 실패는 범죄 아니다'…무죄 입증의 열쇠는?
전문가들은 사업 실패와 사기죄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장판사 출신인 장진훈 변호사는 관련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면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처음부터 돈을 떼어먹으려는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재판의 핵심은 A씨의 고의성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들은 ▲10여 년간의 정상적인 사업 이력 ▲코로나, 경기침체 등 외부적 요인에 대한 입증 자료 ▲사업 회생을 위한 투자 유치 시도 등 구체적인 노력의 증거를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 단계에서 한 차례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는 유력한 방어 논거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