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8억 공사중지 명령 어겼는데⋯법원 "팩스·구두 통지는 효력 없다"
[무죄] 8억 공사중지 명령 어겼는데⋯법원 "팩스·구두 통지는 효력 없다"
알고 있었어도 효력 없다
법원, 행정처분 '문서 송달' 원칙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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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합뉴스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A씨가 구청의 공사중지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청이 행정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문서'를 통한 적법한 송달 절차를 지키지 않아 명령 자체가 효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절차 어겼으니 공사 멈춰라" 구청 명령에⋯회장은 공사 강행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A씨는 지난 2023년 인천광역시 중구청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공사중지명령을 받았다.
아파트 공사가 조정된 장기수선계획에 따르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법령을 위반한 경우 공사 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이 명령을 받은 자는 이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A씨는 구청의 명령에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았고,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법원 "팩스 송달은 예외적일 때만⋯회장 개인에게 전달된 증거도 없어"
재판의 핵심 쟁점은 구청의 공사중지명령이 A씨에게 '적법하게 통지'되었는지 여부였다.
행정절차법상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는 원칙적으로 '문서'로 송달해야 한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긴급하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만 팩스나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통지할 수 있다.
우선 2023년 3월 29일자 1차 명령에 대해 재판부는 "구청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팩스로 명령서를 보냈으나, 해당 번호가 회장인 A씨 개인의 팩스번호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해당 공사가 '팩스 통지가 가능한 예외적인 경우'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공사는 아파트 외벽 균열로 인한 누수를 막고 승강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공사비만 8억 6,000만 원에 달한다"며 "이를 중지할 경우 민사 분쟁이나 안전사고 우려가 커 '경미한 사안'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리업체·공사업체에 보낸 공문은 '남의 집'에 보낸 꼴
2023년 7월 25일자 2차 명령 역시 송달 절차가 문제였다.
구청은 당시 주택관리업체 직원과 공사업체 측에 명령서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주택관리업체나 공사업체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민사상 계약 관계일 뿐"이라며 "이들에게 공문을 보낸 것을 회장인 A씨에게 적법하게 송달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이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A씨에게 공문을 직접 보여준 적은 있으나, 공문을 실제로 건네주지 않은 이상 '문서에 의한 처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떠한 경로로든 구청의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법이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통지되지 않았다면 그 명령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