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열었을 뿐인데' 날벼락...골절상 피해자에 수리비 청구, 이게 맞나?
'현관문 열었을 뿐인데' 날벼락...골절상 피해자에 수리비 청구, 이게 맞나?
노후 빌라 유리문 붕괴 사고, 법원 "건물주 전원 공동 책임"...민법상 '공작물 책임'의 모든 것

낡은 빌라 유리문이 무너져 골절상을 입은 피해자가 수리비까지 걱정하는 상황에 처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낡은 빌라 유리문 '와르르'...골절상 입었는데 수리비까지 내라고?
평범한 외출길이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빌라 현관문을 밀고 나서는 순간, 낡은 유리문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A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A씨는 생계 걱정은 물론, 깨진 유리문 수리비까지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깨진 유리문 값도 제 책임인가요?"
사건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A씨가 낡은 빌라 1층 공용 현관문을 평소처럼 밀고 나가자, 문짝 전체가 경첩에서 떨어져 나가며 A씨 위로 쓰러졌다.
유리문과 함께 바닥에 나뒹군 A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병원에서 손가락과 발가락 골절 진단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이 빌라는 호실마다 주인이 다른 집합건물이면서 별도의 관리사무소나 경비원도 없었다. 당장 일을 못 해 수입이 끊긴 A씨는 자비로 치료를 받으며 "제가 문을 부순 셈이니 유리문 값을 물어줘야 하나요? 제 치료비는 대체 누구에게 받아야 합니까?"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법원 "건물주 전원이 공동 책임"...피할 수 없는 '공작물 책임'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유리문 수리비를 낼 의무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빌라 소유주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는 민법 제758조 '공작물 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에 따른 것이다.
법 조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문제(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1차적으로 점유자가, 점유자가 안전 관리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소유자가 무한 책임을 진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하자'란 시설물이 보통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상태를 뜻한다. 일상적인 힘으로 문을 열었는데 부서져 사람이 다쳤다면, 명백한 '하자'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빌라 1층 출입문은 모든 입주민이 함께 쓰는 '공용부분'이다. 따라서 별도 관리인이 없다면 구분소유자, 즉 빌라의 모든 집주인이 공동으로 관리 책임을 지는 '점유자'이자 '소유자'가 된다. 결국 사고의 책임은 빌라 소유주 전원에게 있다.
치료비·월급 손실·위자료까지...피해자가 받을 돈의 범위는?
A씨는 이번 사고로 발생한 거의 모든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항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극적 손해'다. 골절 치료에 들어간 병원비, 향후 예상되는 치료비, 보조기구 구입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둘째, '소극적 손해(일실수익)'다. 사고로 일을 못 해 발생한 수입 감소분을 뜻한다. 만약 A씨가 월 3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이었고, 사고로 2달간 일을 못 했다면 600만원을 '일실수익'으로 청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인 '위자료'까지 청구 가능하다.
만약 빌라 건물에 시설소유자배상책임보험이 가입되어 있다면 소송 없이 보험사로부터 직접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A씨가 개인적으로 가입한 상해보험 수령과는 별개다.
'나 몰라라' 건물주 상대하려면...사진 한 장이 소송의 무기
전문가들은 소송에 앞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로 '증거 확보'를 꼽는다. 산산조각 난 유리문과 사고 현장 사진, 병원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 소득을 증명할 급여명세서 등은 '나 몰라라' 하는 건물주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후 빌라 소유주 전원에게 사고 사실과 손해 내역을 알리는 내용증명을 발송해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합의가 결렬되면 결국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