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든 강도에 1억 뺏겼다"…공항서 체포된 범인, 알고 보니 신고자와 '한패'
"칼 든 강도에 1억 뺏겼다"…공항서 체포된 범인, 알고 보니 신고자와 '한패'
1억 1천만 원 가로채려 '강도 자작극' 벌인 중국 동포 일당
2심서 형량 늘어난 이유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억 원이 넘는 거액을 빼돌리기 위해 치밀하게 '강도 자작극'을 벌인 중국 동포(조선족) 일당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1심과 달리 이들의 거짓 신고가 경찰력을 낭비하게 만든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일부 피고인의 형량을 늘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2-2부(김지숙 장성훈 우관제 부장판사)는 28일 횡령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와 공범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직접 강도 역할을 맡았던 B씨의 아들은 1심보다 형량이 2개월 늘어난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돈 심부름꾼이 설계한 '완전범죄', 공항에서 덜미
사건의 발단은 지인의 부탁이었다. 50대 여성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내 계좌에서 현금 1억 1천만 원을 인출해 전달해달라"는 심부름을 받았다.
거액의 현금을 손에 쥔 A씨는 욕심이 생겼고, 돈을 전달하는 대신 자신이 갖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단순히 도망치면 의심을 받을 것이 뻔했기에,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 부자(父子)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의 계획은 대담했다. A씨가 돈을 인출해 나오면 B씨의 아들이 강도로 돌변해 돈을 빼앗아 달아나는 시나리오였다.
범행 당일, 약속된 장소에서 A씨는 B씨의 아들에게 현금 쇼핑백을 건넸고, B씨의 아들이 사라지자마자 112에 전화를 걸었다.
"칼을 든 남자가 나타나 돈을 빼앗아 갔다."
경찰은 즉각 출동했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 사이 현금을 챙긴 B씨의 아들은 미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중국으로 도주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완전범죄를 꿈꿨던 이들의 계획은 신고 접수 약 4시간 만에 무너졌다. 경찰의 신속한 추적으로 B씨의 아들이 공항에서 출국 직전 긴급 체포되면서 범행의 전모가 드러난 것이다.
1심 "무죄" vs 2심 "유죄"…엇갈린 '공무집행방해' 판단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들의 거짓 연기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성립하는지 여부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들이 돈을 빼돌린 횡령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한 부분(위계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피의자가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방어권의 일종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적극적인 '속임수(위계)'로 공권력을 무력화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렸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구체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이는 경찰의 수사 업무를 명백히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도 역할을 맡아 적극적으로 수사 혼선을 초래한 B씨 아들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해,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피해자와 합의해 '실형'은 면해
법원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질타하면서도 피고인 전원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1억 1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횡령하고, 계획적인 자작극으로 수사기관을 기망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가 이루어졌고, 피고인들이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범죄 수익금이 피해자에게 반환되고 합의가 이루어진 점이 이들을 구속의 위기에서 건져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