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 있다 달려온 사람과 부딪혀 '봉변' 당했는데, 내 과실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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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다 달려온 사람과 부딪혀 '봉변' 당했는데, 내 과실도 있다고?

2020. 03. 10 14:5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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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상 '과실치상' 고소,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한 사안

손해배상의 경우 '과실 입증'이 관건

앉아서 짐 정리를 하던 A씨. 일어서면서 돌아섰는데, 때마침 다가온 행인 B씨와 부딪히며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백화점에서 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봉변을 당했다. 바닥에 놓인 상품을 정리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에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졌다.


그대로 얼굴을 들이받힌 A씨. 이로 인해 코피를 흘리고,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결국 119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코뼈 4중 골절 진단을 받았다. A씨를 들이받은 B씨도 함께 실려 왔지만, 머리가 아픈 증상 외에는 없다고 했다.


사고 이틀 뒤, A씨는 코뼈 수술 날짜를 잡았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합의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B씨의 가족은 '쌍방과실'을 주장하며,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신고하라"는 식으로 나왔다.


전화를 끊고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A씨. 가만히 서 있던 자신을 들이받아 놓고, 쌍방과실이라고 주장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A씨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정말 B씨측이 주장하는 '쌍방과실'이 맞는지, 또한 A씨의 과실이 있다면 그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다친 정도 심해⋯형사상 '과실치상' 인정될 가능성 커

변호사들은 이 경우 B씨의 과실치상(過失致傷⋅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한 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일단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길 권했다.


경기남부법률사무소 김정훈 변호사는 "우선 과실치상으로 경찰에 신고하시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그런 다음 수사기관 조사과정에서 합의하고, 합의가 안 되면 명확히 드러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정을 알아야겠지만, 제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본 A씨를 B씨가 달려가 충돌했다는 내용으로 봐서 B씨가 과실치상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나우 법률사무소의 장준환 변호사도 "A씨가 4중골절 진단을 받을 정도로 다쳤다면 과실치상에 해당할 여지가 크므로 경찰에 신고할 필요가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도 "A씨가 다친 정도가 심하므로 B씨를 과실치상죄로 형사고소하고, 수사 과정에서 상처의 정도 등에 따라 합의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보라"고 했다.


과실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손해배상⋯가만히 서 있던 것도 죄?

변호사들은 형사적으로 B씨의 과실치상이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만, 그렇다고 자동으로 B씨가 민사상 과실책임이 100%로 인정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다시 "민사소송을 통해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 과실 비율이 정해진다"고 했다.


김명수 변호사는 "B씨의 과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A씨의 과실 비율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며 "당시 상황이 찍혀 있는 주변의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창협 변호사도 "사실관계 조사에서 충돌 당시 A씨가 자신 쪽으로 달려오는 B씨를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다면 과실책임은 100% B씨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경험칙상 A씨가 'B씨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A씨의 과실 비율은 어느 정도로 인정될까. 백 변호사는 "B씨의 과실이 100%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A씨에게는 자기신체 보호 의무나 위험방지 의무를 게을리한 책임으로 10~20%의 과실 비율이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즉 A씨가 뒤돌아봤을 때 달려오는 B씨를 발견했고, 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괜찮겠지'하는 생각해 가만히 있었다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도 "상해의 정도는 A씨 쪽이 커 보이고, 과실은 B씨가 더 커 보이지만, 결국 이를 증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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