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B 파일 하나 받았을 뿐인데..." 토렌트 '다운로드'가 부른 성범죄 위기
"10MB 파일 하나 받았을 뿐인데..." 토렌트 '다운로드'가 부른 성범죄 위기
단순 호기심이 부른 성범죄자 낙인 위기
'기소유예' 가능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죄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것이 한심스럽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1년 전 호기심으로 내려받은 10MB 크기의 불법 동영상 파일 하나로 인생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다운로드 = 자동 유포’라는 토렌트의 기술적 특성을 몰랐던 그는 성폭력처벌법상 ‘소지’와 ‘배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전문가들은 영상의 종류에 따라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라면서도, 초범이고 깊이 반성한다면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기회도 있다고 조언한다.
경찰의 갑작스러운 방문… “1년 전 회사 와이파이로 받았죠?”
아내와 딸을 둔 평범한 가장 A씨의 일상은 회사로 찾아온 경찰 수사관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1년 전 회사 무선 와이파이를 이용해 불법 동영상을 내려받은 인터넷 주소(IP) 기록이 덜미를 잡았다.
경찰서에 출석한 A씨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연히 호기심에 받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는 한 성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본 ‘품번’을 구글에 검색하다가 토렌트 파일을 발견했고, 영상을 본 뒤 바로 삭제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토렌트는 가끔 쓰는데, 파일을 잘못 받으면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질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사건은 이미 검찰로 넘어간 뒤였다. 수사관은 “2~3개월 정도 후에 검사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라는 말만 남겼다.
‘다운로드’ 버튼 한 번에 ‘소지’와 ‘배포’ 혐의 동시 적용
법률 전문가들은 토렌트의 작동 방식이 A씨에게 치명적인 올가미가 됐다고 경고한다. 토렌트는 파일을 내려받는 동시에 그 파일 조각을 다른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공유(업로드)하는 개인 간 파일 공유(P2P)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옥민석 변호사는 “토렌트의 경우 소지와 유포 혐의가 함께 적용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물을 소지·시청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포’ 혐의까지 추가되는 것이다.
김익환 변호사는 “내려받는 동시에 올리는 토렌트 특성상 본인도 모르게 배포(유포)되면서 불법 촬영물(또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내려받기 및 소지 혐의뿐 아니라 유포 혐의로도 경찰 조사를 받고, 휴대전화·컴퓨터·노트북·외장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절차까지 진행되면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빈번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영상에 따라 갈리는 처벌…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이면 징역형만 가능”
A씨의 운명은 그가 내려받은 10MB 영상의 ‘정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안병찬 변호사는 “해당 영상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또는 불법 촬영물이라면 처벌 수위가 높을 것이고, 저작권 위반인 경우라면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영상의 성격이 사건의 핵심임을 짚었다.
만약 영상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 된 성 착취물일 경우 처벌은 더욱 무거워진다.
류제형 변호사는 “해당 영상물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성 착취물일 경우 처벌 수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이라면 A씨는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
김익환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개정 전 벌금형 처벌 조항이 삭제되면서 이제는 징역형으로만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희망 ‘기소유예’… “양형자료 제출로 처벌 낮춰야”
검찰 송치 후 최선의 시나리오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이다. 전과 기록이 남지 않아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변호사들은 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창협 변호사는 “양형자료를 첨부한 의견서를 제출해 처벌 수위를 낮추는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초범이라는 점,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파일을 즉시 삭제했으며 유포할 의도가 없었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옥민석 변호사 역시 “대응 방법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유리한 양형 사유를 풍부하게 제출해 기소유예 처분을 구해볼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순간의 호기심이 부른 위기 앞에 선 A씨가 성범죄자라는 낙인을 피할 수 있을지, 그의 운명은 검찰의 처분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