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유죄'인데, 증거 모은 피해자가 '피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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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유죄'인데, 증거 모은 피해자가 '피고인'?

2026. 05. 15 09:4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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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 배상 가능?”…현실적 조언과 필승 전략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증거 수집을 빌미로 피해자를 '비밀침해'로 역고소했다. / AI 생성 이미지

직장 내 단체 채팅방에서 성적 비하와 동선 감시 등 조직적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가해자 3명은 벌금형으로 기소되고, 회사는 감봉 징계를 내렸지만, 가해자들은 증거 수집을 빌미로 피해자를 '비밀침해'로 역고소했다.


2천만~3천만 원 배상을 원하지만 피의자 신세가 된 피해자의 딜레마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의 현실적 조언을 짚어본다.


가해자 3명 유죄, 회사도 '괴롭힘' 인정…그러나 끝나지 않은 싸움


직장인 A씨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포함된 단체 채팅방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성적 비하, 동선 감시, 이력서 무단 유포 등 조직적인 괴롭힘이 끊이지 않았다.


A씨의 끈질긴 노력 끝에 가해자 3명은 모두 유죄가 인정되어 검찰에 의해 벌금형으로 기소(주동자 명예훼손 200만 원, 가담자 2명 모욕 각 100만 원)됐다. 회사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이들에게 '3개월 감봉'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내려졌음에도 A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피해자의 증거수집이 '불법'?…적반하장 역고소의 덫


가해자들은 A씨가 괴롭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채팅방 내용을 증거로 모은 행위를 문제 삼았다.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 혐의로 A씨를 맞고소한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통보했고, 한순간에 피해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가해자들로부터 2천만~3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받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려던 A씨의 계획에 거대한 장애물이 나타난 셈이다. A씨는 이제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해야 하는 이중의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고액 배상' 현실의 벽과 '패키지 합의'라는 열쇠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의 유죄가 확정된 만큼 A씨가 유리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법무법인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변호사 명의로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합의금 지급과 역고소 취하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결코 실례가 아니며, 가해자들을 심리적으로 강하게 압박하여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효과적이고 실리적인 전략입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가 원하는 2천만~3천만 원의 배상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 많았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실질 배상을 원하면 민사소송이 더 적합하지만, 벌금 100만~200만 원 수준의 형사사건에서 민사 위자료가 총 2천만~3천만 원까지 인정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라고 지적하며, 장기간 치료 기록 등 강력한 손해 입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역고소 방어 전략에 대해 법무법인 더신사 남희수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한 행위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라며 방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가장 강력한 카드는 '패키지 합의'다.


법무법인 태일 최지우 변호사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민사상 손해배상금 수령 + 형사상 처벌불원서 제출 + 역고소 취하]를 하나로 묶는 패키지 합의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가해자에게는 형사 처벌 감경의 기회를, 피해자는 실질적인 배상과 법적 분쟁의 완전한 종결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얻는 전략이 현재 A씨가 처한 딜레마를 풀 최적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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