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교현 변호사 1] 성범죄 진술, 유리한 것만 말하면 될까? "그게 함정이다"
[인터뷰|박교현 변호사 1] 성범죄 진술, 유리한 것만 말하면 될까? "그게 함정이다"
수사관 출신 박교현 변호사가 말하는 '진짜 일관된 진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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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현 변호사는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이 일관된 진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수사관의 시각으로 성범죄 사건을 분석하는 그의 변론 전략은 차별화된 강점이다.
"일관된 진술이 중요하다는 건 맞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같은 말만 반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법률사무소 신임의 박교현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을 이렇게 짚어냈다.
성범죄는 그 특성상 CCTV 등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나 피의자 모두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고소와 변론에 대한 걱정이 크다.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성폭력, 가정폭력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박 변호사는, 이제 법정에서 그 경험을 무기로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을 돕고 있다.

수사관의 눈으로 진술의 함정을 보다
박 변호사가 수사관 시절 담당했던 한 사건은, 그에게 '일관된 진술'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했다.
직장 상사를 준강간 3건과 준강제추행으로 고소한 사건이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 약 1년 전부터 벌어진 일을 뒤늦게 신고한 케이스였다.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당사자들의 진술 외에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은 정반대였다. 피해자 측은 술에 만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고, 피의자 측은 서로 동의한 관계였다고 반박했다.
CCTV도 없었고, 물적 증거도 전무했다.
오직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였던 그 사건에서, 정황 증거 수집에 집중했다. 만남 경위, 성관계에 이르게 된 과정, 성관계 이후의 상황 등 정황 증거를 최대한 수집하고 종합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주력했다.

수사 결과는 의외였다.
피의자가 준강간으로 고소당한 성관계는 3건이었는데, 자신은 4번 관계를 가졌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이다. 이는 자칫 혐의를 더 키울 수 있는 위험한 진술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요소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피의자의 진술이 오히려 신빙성을 얻었고, 준강간 3건에 대해서는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 결정됐다. (당시는 검경수사권 조정 전이라, 불기소 의견이어도 무조건 검찰에 송치했어야 했다.)

불리한 진술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박 변호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줬다. 수사관으로서 직접 목격한 이 사례는, 변호사가 된 지금도 그의 변론 전략에 핵심이 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일관된 진술이 단순히 수사 단계에서 진술을 번복하지 않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술의 내용이 주변 상황, 간접 증거, 사건이 발생한 경위 등 객관적 정황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 부분을 강조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만 적극 진술하고 불리한 사정은 무조건적으로 숨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불리한 진술이라 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섣부른 진술이 사건을 그르친다
박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히 정리된 구체적 사실관계'라고 강조한다.
그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구체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후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실관계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경찰 조사에 임할 경우, 오히려 사건 해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일관된 진술'의 진짜 의미도 분명히 짚었다.

수사관으로서 쌓은 경험을 변호 전략에 녹여내는 박교현 변호사는, 오늘도 성범죄 사건 의뢰인들에게 '진술의 함정'을 피하는 법을 조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