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특허심판원→특허법원까지 2년 5개월⋯끝나지 않은 험난한 '마약베개' 상표 등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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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특허심판원→특허법원까지 2년 5개월⋯끝나지 않은 험난한 '마약베개' 상표 등록기

2020. 03. 05 14:4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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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이란 단어에 발목 잡혀 상표 등록 거절당한 A사

마약베개에 대한 '소비자 인식'까지 설문 조사해서 제출

"상표 등록 문제없다" 특허법원 결정도 받았지만⋯결국 대법원 판결 기다려야

'마약베개'라는 상표가 2년5개월간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상표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게티이미지코리아

A사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 베개를 출시하고, 2017년 5월 '마약베개'라는 이름을 붙여 특허청에 상표등록 출원을 했다. 생산하는 20여 종의 베개를 위해 만든 상표였다.


하지만 이 신청서엔 '거부' 도장이 찍혀 되돌아왔다. 먼저 등록돼 있던 '마약'자가 들어간 상표(마약담요 등)가 있다는 이유 등에서였다.


이때부터 A사의 '마약베개' 상표등록을 위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마약'이라는 단어가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다" 상표 등록 2차 거절

A사는 일단 특허청에 의견서를 냈다. 이를 위해 '마약담요' 상표권을 사들였다. 지적받은 부분을 해결했으니 등록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자 이번엔 특허청이 '마약'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을 문제 삼았다.


특허청은 "베개에 사용된 마약이란 단어가 '중독성'을 나타내는 의미로 직감되는 '성질 표시'에 해당한다"며 "이는 일반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가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거나 공공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어 법으로 정한 '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에 해당한다"고 했다.


상표법(제34조 1항 제4호)에 "상표가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와 내용 이 일반인의 통상적 도덕 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는 등 공공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면 그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긴 하다.


특허청 '거절'→특허심판원 '기각' 결정에, 특허법원까지

A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엔 지난해 1월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특허심판원의 결정도 A사를 외면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5월 "출원상표에 쓰이는 단어 '마약'은 위험성이 높은 물질인데, 이 상표의 등록을 인정할 경우, 마치 마약 관련 상품이 국가의 공인을 받은 것 같은 인식을 일반 수요자에게 심어줘, 공중보건 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A사의 불복심판청구를 기각했다.


A사는 특허법원까지 이 문제를 가져갔다.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며 특허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A사의 '마약베개'. /A사 쇼핑몰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A사의 '마약베개'. /A사 쇼핑몰 홈페이지 캡처


일반인 대상 설문조사까지 제출한 '마약 베개'

A사는 등록 과정 중 최대 쟁점으로 떠 오른 '마약' 단어 사용과 관련해 '대중의 인식'을 근거로 제시했다.


"마약이 베개와 결합해 사용될 경우 '너무 편해 중독성이 강한 베개'를 암시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상표법상 '등록을 받을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도 제시했다. 2019년 2월 전국의 만20~49세 남녀 216명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97.7%가 '마약베개' 상표 이미지를 마약이 아닌 베개로 인식했다는 결과였다.


또한, 응답자의 97.2%가 '마약베개'는 마약을 투약할 때 사용하는 베개가 아니라, '계속 베고 싶은 편안한 베개'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특허법원 "'마약베개' 상표 사용, 아무 문제 없다"

지난해 11월 7일 이에 대한 특허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마약베개' 상표 사용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A사가 상표등록출원을 신청한 지 약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특허법원 제2부(재판장 이제정)는 "'마약베개'에 마약이 내장된 것으로 인식된다고 볼 수 없고, 설문조사 결과처럼 '너무 편안해 중독된 것처럼 계속 사용하고 싶은 베개를 연상시킨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시했다.


'마약베개'라는 상표를 베개에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일반인의 선량한 풍속이나 공공질서를 해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따라서 이것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A사의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됐을까. 아니다. 특허청이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했다. 이제 사건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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